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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경 Jan 22. 2023

아무리 사랑해도 삼가세요.

잔소리 금지 법에 관하여

  잔소리란 자기화에 기인하는 심리적 패배감이나 혹은 우월감에서 존재의식을 강조하는 언행이거나, 필요 이상으로 참견하는 행위의 언급을 말한다.

  나 역시 내 아들이나 딸에게 쓸데없는 잔소리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런 차원이라면 이 에피소드는 참회록이 틀림없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 아빠의 잔소리가 영 불편했다면 부디 용서하거라...  너희가 세상에 나온 순간 이후부터 이겠지만, 아빠 노릇은 피곤하고 불편하다. 세월이 지난 들 의미가 불분명하고 죽을 때까지도 아빠 노릇이 서투를게 분명하다.

  

  미안하지만, 전혀 중요하지 아니한 루틴과 혼자만의 필요성에 기인한 성가신 표현들이 상대방의 사고를 여지없이 뭉개거나 짓밟을 수 있다. 조언과  잔소리는 동질이거니와, 필요성이 있을 망정 상대방은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꼭 잔소리를 하려거든 직설화법을 대신하여 우회적 표현을 사용하거나 인지 가능한 메타포를 동원하여 간접적인 표현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서 상대방이 알건 모르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시간의 함수 때문이다.

   입장에 따라 다르지만 조언과 잔소리의 경계란 거의 없다. 스스로에게 대단히 유익한 말이거나 조언일 망정, 필요성이 결여된 잔소리로 폭격을 가한다는 것은 무의미하고 잔인한 독설에 지나지 아니한다. 이것은 기어코 상대에게 조언을 해 주었다는 우월감 내지는 천한 존재의식의 자위에 불과할 따름이다.

  잔소리는 독립 객체를 소유물로 여기는 경향에서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금의 시대에 이르러 잔소리의 폐해는 상식을 초월하여 심리적 불안감을 조성함은 물론이고, 정서적 내면의 피폐함을 초래하는 범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수 있는 거대 담론으로 논의가 될 정도이다.

  

  대체로 감정이 격해지지 않는 다음에야, 부모라는 알량한 자격으로 남발하던 잔소리는 그동안 함께 살아온 화법의 예방주사 효과가 있었기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 가정교육의 일환으로 넘기는 예도 있다. 그래도 종종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나 심리적 상황에서 기대하는바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부모라는 허울로 제 과거를 투사하여 쓸데없이 퍼붓는 낭설이자 기우라고 판단해야 한다. 까닭이야 어떠하든, 자식 된 입장에서 듣자면 부담될 수밖에 없는 말을 조언이랍시고 장황히 늘어놓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자격의 조건일까?

  제아무리 진실되고 유익한 잔소리라 한들 행동으로 보여주는 실천만 못하다. 실천하지 못하는 잔소리가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의식을 강조하는 행위가 아닌지를 돌아봐야 한다. 

  별의별 이상한 개 같은 법이 많지만, 희한하게도 잔소리 금지 은 없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차원에서 비록 위헌의 소지가 있거나 말거나, 잔소리 금지 법을 발의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되면 내 아내의 잔소리가 쏙 들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함부로 뱉어낸 독설이 부메랑 마냥 스스로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서로를 토닥이며 용서하고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아까운 시간을 뜻 없는 잔소리로 낭비해야만 하는가? 아름답고 착한 그대가 현명하게 살아가려면, 아무리 상대방을 사랑할지언정 숨겨진 비수처럼 멀금하게 날이 선 잔소리는 금해야 한다.


   아들과 딸에게 잔소리를 그만하는 차원에서 저 역시 반성합니다. 잔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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