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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경 Apr 04. 2023

그대에게 헛되지 아니한 희망을...

완벽한 부활의 사고 실험을 아시나요?

  귀납적으로 증명된 사실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모든 인간은 다 죽는다. 다만 그것을 기억하고 싶지 않거나 그러한 사실을 곁에 두고 싶지 아니할 따름이다.

  적어도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죽음을 거부하기에 꺼림칙한 죽음의 언급을 터부시 하거나 애써 망각하고 싶어 하는 현상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단 한 번뿐인 생애를 여러 번 태어나는 경험으로 담보할 수 있는 상당히 쉬운 방법이 있으니...


  완전히 죽었다가 다시 사는 방법이 그것이다. 언뜻 듣기에 얼토당토 아니한 거짓말 같기도 하고, 물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불가능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에헤... 이건 거짓말도 아니고 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올바른 사상과 태도의 구체화가 가능한 오로지 호모사피엔스만이 실현가능한 사고실험이기 때문이다. 다만 실행의 절차와 그 결과가 선명한 '부활'이니 만큼 복잡하고 피곤한 건 사실이기에 까다로운 절차와 번거로운 준비물이 필요하다.

  정말로 그대가 다른 인생을 살고 싶거나,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이 필요하다면 다음과 같은 준비물이 필요하다.


1. 지금 생을 마감하차원에서 쓴 유서 1매

2. 다음 생애를 기약하고자 하는 각서 1매

3. 번개탄 2장(성냥이나 라이터는 필요 없음)

4. 소주 3병(내지는 양주나 고량주 450ml)

5.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편한 장소(자동차도 무방)

6. 차아염소산나트륨 10mg(락스도 무방)

7. A4 용지 1매(부활시 단기 망각 구제용)


  위와 같은 준비물이 완성되면, 순서대로 하나씩 차분하게 정리하듯 채워 나가되, 특히 이번 생을 마감하는 유서나 다음 생이 왔을 때 이룩하고 싶은 각서는 원하던 바를 충실하게 잘 챙겨야 한다.

  이것은 자유의지에 따른 자살이 분명 커니와 엄연히 '부활'을 전제하기에 모든 것을 엄숙히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하 실행하는 방법과 매뉴얼을 상세하게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회한으로 점철된 유서와 희망의 낱알로 채워진 각서가 각각 준비되었다면, 경건히 호흡을 가다듬고 번개탄의 비닐 포장을 제거하여 A4 용지에 올려둔 다음 제례를 치르듯 불을 붙이는 시늉만 하면 된다. - 이 대목에서 긴장하여 정말로 번개탄에 불을 붙이면 부활은 어렵게 된다는 을 각성해야 한다. - 그다음에 준비한 알코올을 병나발 불거나 머그잔을 사용하여 단숨에 연거푸 들이마셔 위장 소독을 하고, 속이 거북할 무렵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이번 생을 마감하며 잠을 청하면 된다.

  결과를 정리하자면, 그로부터 약 10시간 내지는 길어야 15시간 이내에 깨끗하게 부활하는데 마지막 단계가 매우 중요하다. 자! 이제 부활을 했다면 어제까지의 사건은 죄다 잊어버리고 이전의 생을 완벽하게 정리해야 하는데, 이게 좀처럼 쉽지 않다. 이때 망설이지 말고 적당량의 생수에 차아염소산나트륨을  희석한 소독수로 널브러진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해야 한다. 그리하면 깔끔하게 부활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A4용지 한 장이 남아 있는데? 이것은 부활 사건 이후 삶의 방향이나 지표를 결정하는 차원에서 죽었던 날의 기록을 반듯하게 남겨 기억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숙취로 하여금 힘겹게 얻은 부활의 의미가 퇴색되거나 단기 기억회로의 간사한 탄성 복원으로 하여금 조작된 망각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실험(思考實驗)으로 죽음을 체험하는 것과 달리 실제의 죽음이란 누구나 겪는 필연적 사실이다. 따라서 죽음이란 종말이 아니라 대수롭지 아니한 삶의 일부분이라는 점이다.

  죽을 때 마지막으로 남겨두는 시나 문구 따위를 사세구(辭世句)라 하는데, 다른 말로는 절명시 또는 임종시로 표현한다.

  가장 천한 신분이었던 자가 일본의 지배자로 군림한 적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임진왜란을 도발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라는 인물이다.

  본시 배운것이 없어서 히데요시는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문맹 이었다고 전한다. 그래서 임종 당시에 그가 읊조린 사세구는 외교관이자 악승이던 '사이쇼 조타이'가 받아적어 후세에 남겼다는 설이 있다.

  사람의 목숨을 벌레 쯤으로 취급하여 칼질을 하고 포악한 희대의 살인마 건만, 일생의 허망함을 미장아빔으로 표현한 히데요시의 사세구를 옮기면 아래와 같다.


이슬로 와서 이슬로 가나니, 나의 몸이여, 오사카의 영화여, 꿈속의 꿈이로다.(露と落ち 露と消えにし 我が身かな 浪速のことは 夢のまた夢)


  죽는다는 것도 쉽고, 다시 사는 도 쉽다. 사람은 언제나 죽을 수 있고 또 언제고 다시 살 수 있다는 매우 건조 진리를 르고 있었다면, 밑질 것도 없으니 실행을 해볼 만도 하다.

   볓에 벚꽃이 하롱대며 미풍에 흩날릴 무렵이니 죽고 다시 살기에 썩 어울리는 찬연한 시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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