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엄마의 마지막 헤어컷

고운 삶의 마무리

by 보라빛창가

지루한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병실 분위기는 침울했다.

그동안 엄마는 잠을 잘 못 주무셨다.

다인실 병실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기침소리 , 이야기 소리, 문 여닫는 소리 등 때문에 깊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하지만 회사도 그만둔 상태라 1인실로 옮기는 것은 큰 경제적 부담이었다.

엄마에게 미안했다.

내가 좀 더 능력이 있었다면....

그러나 호스피스 병원 대기하는 동안만이라도 엄마가 편하게 있기를 바랐다.

언니와 상의해서 2인실로 옮기기로 했다.

(아쉽게도 1인실로는 못 옮겼다.)

다행히 옆 침대가 비어 었어 1인실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엄마는 무척 맘에 들어하셨다.

그동안 얼마나 불편했을까....

자식들 돈들까봐 내색도 안 하시고 끝까지 참으신 걸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만약 내 아이가 장기간 입원했다면 돈이 많이 들더라도 최소 2인실에는 머물게 했을 것 같다.


그날 엄마랑 병실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언니와 내가 자랄 때 이야기...

그동안 고생했던 이야기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하면서 손자들 초등학교 입학 때 가방을 사주고 싶다고 하셨다.

예쁘고 튼튼한 것으로 사주라고 하셨다.

난 꼭 엄마 돈으로 가방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엄마를 꼭 안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엄마의 거친 손을 쓰다듬으며 엄마는 너무 좋은 엄마였다고 고백했다.

그동안 엄마에게 살갑게 대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됐다. 갑자기 학생 때 배웠던 효에 관한 글이 생각났다.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은
그치지 않고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병실을 옮기고 며칠 뒤에 호스피스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자리가 났다고 내일 입소하라고 했다. 반가우면서도 아쉬웠다. 호스피스 병원에 가면 이제 진짜 엄마와 이별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 두려움이 밀려왔다. 엄마는 호스피스 병원으로 빨리 가고 싶어 하셨기 때문에 연락이 왔을 때 반가워하셨다. 그 당시 엄마는 체중이 많이 빠진 상태였다. 병원에 들어왔을 땐 아름다운 모습이었는데... 뼈만 앙상한 모습으로 나가게 되었다.

(엄마는 평소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셨다...)


병실 밖에서 미용사가 머리자를 사람을 찾으면서 돌아다녔다. 마침 우리 병실에도 오셔서 엄마에게 물어보니 한참 생각하신 후에 자르겠다고 하셨다. 미용사는 엄마의 머리를 말끔하게 자르고 감겨주셨다. 엄마는 겨우 침대로 돌아와 앉으셨다. 예쁘게 머리를 자른 엄마 모습이 너무 고와서 사진을 남겼다. 엄마는 환하게 웃어 주었다. 그러나 사진을 찍고는 침대에 쓰러지듯 누우셨다. 기력이 많이 쇠해서 머리 자르는 것도 힘들었던 것 같다.


그것이 엄마의 마지막 헤어컷이었다.

항상 옷매무새가 정갈하고 깔끔했던 엄마...

생의 마지막 역시 고운 모습으로 준비했다.


다음날 아침 엠뷸런스를 타고 호스피스 병원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내 차를 가져가야 해서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앰뷸런스 동승을 간절히 부탁했다.

거절하셔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주머니는 같이 가주시겠다고 했다.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장거리 이동이라 엄마가 견딜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병원에 도착하자 엄마는 무척 지쳐 보이셨다. 목이 마른 지 물을 달라고 하셨다.

빨대컵을 엄마에게 물려주었지만 빨대를 빨 힘도 없는지 물을 먹지 못하셨다.

계속 목이 마르다는데 마시질 못하니 미칠 것 같았다. 호스피스 병원의 간병인이 상황을

파악하고 능숙하게 엄마에게 물을 먹이셨다.

엄마는 겨우 진정하고 눈을 붙이셨다.


잠시 후 엄마를 진료한 의사 선생님이 나를 잠깐 불러냈다. 엄마가 며칠 못 버티실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는 막상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실감이 잘 안 났다.

설마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스피스 병원에서도 좋아져서 나간 사람도 있을 거야...

우리 엄마는 꼭 이겨낼 거야...

환자의 가족은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미련하게 놓지 못하나 보다.

그날 늦게까지 엄마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잠에서 깨어난 엄마가 집으로 가라고 하셨다.

조금 있다가 가겠다고 하니 엄마답지 않게 큰 소리를 치셨다.


"빨리 니 애들 밥 먹여야지!!"


나 때문에 신경 쓰시는 게 안 좋을 것 같아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엄마 손을 잡고 또 안아보았다.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 할 수 없이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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