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가 끝나면 각자 자신의 가족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해 온 음식들을 내놓고 서로 조금씩 나눠먹었다. 그날 나는 아바이 순대를 준비해 갔다. 엄마가 생전 먹지도 않던 아바이 순대가 먹고 싶다고 해서 부랴부랴 전날 공수해 아침에 아이들 유치원 보내자마자 급하게 쪄서 병원으로 가져왔다. 내가 생각해도 정성이 담긴 순대였다.
아바이순대는 대히트였다.
내가 아바이순대를 내놓자 아주머니들은 손뼉 치면서 좋아하셨다.
"어머 ~ 나 아바이순대 정말 좋아하는데... 진짜 맛있다."
"맛있네... 고마워 우리 딸..."
출처 : 속초 아바이순대(네이버 쇼핑)
한 아주머니는 호박식혜를 꺼내 나누셨다.
엄마는 호박식혜를 한 컵 다 드시고 너무 맛있다고 하셨다.
"호박식혜를 먹으니깐 눈이 밝아진 거 같아... 너무 좋은데?"
호박식혜란 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엄마가 뭐라도 잘 먹으니 너무 좋았다.
"엄마 ~ 다음엔 호박식혜 꼭 구해 올게"
집으로 돌아가 인터넷을 검색했다.
유기농, 수제....
가격 생각하지 않고 최고로 좋은 호박식혜를 찾기 위해 상품평을 검색했다.
아기들 음식이나 물건 살 때는 돈 생각 안 하고 제일 좋은 것만 찾았지만
엄마를 위해 최고로 좋은 무엇인가를 사는 것이 어색했다.
'이그...진작 잘하지....'
나도 모르게 자책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어리석고 어리석고 또 어리석었다.
이렇게 먹는 항암제에 어느덧 적응했지만 식사를 하는 대신 항암제가 큰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이 갑자기 주사제로 바꿔보자고 하셨다. 좀 더 힘들 거라고 하셨다.
엄마는 역시 겁을 먹고 싫다고 하셨다.
"이제 좀 나아졌는데 더 센 걸 하면 어찌 살아..."
"엄마 그래도 해야 돼... 그래야 살지.. 애들 대학 가는 거는 봐야지..."
두려워 하는 엄마를 겨우 설득하여 항암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엄마는 안타깝게도 계속 구역질을 하고 다시 음식을 못 먹는 상태로 돌아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