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맛있길 간절히 바라는 병어조림

드디어 시작된 엄마의 식사

by 보라빛창가

의사 선생님이 항암치료를 권하셨다.

나이가 많은 것이 걱정되지만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고 하셨다.

엄마는 항암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언니와 나는 엄마를 설득했다.

(언니와 나는 도데체 뭐가 그리 잘났다고 엄마의 의견을 무시 했을까?)


드디어 첫 항암약을 먹고 엄마는 속이 안 좋다며 음식을 거의 드시지 못했다.

안 그래도 간이 심심한 병원밥에 항암제까지 복용했으니 당연했다.

뭐라도 먹여야겠다는 간절한 소망과 함께 엄마를 위한 못난 딸의 밥상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결혼한지 몇년이 지나고 아이도 있었지만 내 요리솜씨는 초보수준이었다.

내 나름대로 식사를 준비해 갔지만 엄마는 거의 입에 대지도 못했다.

점점 야위어 가는 얼굴을 보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


"엄마 먹고 싶은 거 없어? 내가 다 해줄게"



엄마는 누워서 한참 동안 천장을 쳐다봤다.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휴... 답답하네 정말..."

나도모르게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집 근처 마트로 부랴부랴 가서 둘러보다가 금방 들어와 싱싱해 보이는 병어가 눈에 띄었다.


'병어조림을 해볼까?'


엄마는 맵고 짜고 칼칼한 음식을 좋아하셨다. (그래서 위암에 걸린 걸까...)

매콤하고 짭조롬한 병어조림을 왠지 엄마가 좋아 하실것 같았다.

아침에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낸후 병어조림 레시피를 고르고 또 골랐다.

레시피 대로 무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위에 싱싱한 병어를 올리고, 고춧가루 간장 넣은 양념장 올리고, 양파채 썰고 풋고추 썰어 넣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길 간절히 바라는 병어조림을 만들었다.

완성된 병어조림을 따뜻하게 싸들고 떨리는 가슴을 안고 병원에 가서 엄마에게 선보였다.


엄마가 좋아한 병어조림...


" 엄마, 병어조림이야.

이거 해서 한 숟갈만이라도 먹어."


" 니가 했니?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컸네~ 고생했다 우리 딸..."


엄마는 창백한 얼굴로 옅은 미소를 짓고는 기어이 일어나 앉았다.

나는 재빨리 밥 위에 병어살 한 젓가락 올려 엄마 입에 넣어주었다.

그날 엄마는 맛있다며 병어 반쪽을 다 드셨다.

'아, 다행이다....'

드디어 엄마의 식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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