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에 굽지 않은 돼지갈비라 미안해

돼지갈비는 이제 가슴 아픈 음식

by 보라빛창가


" 내일은 지난번에 너희 집 근처에서 먹었던 돼지갈비가 먹고 싶네..."


아이들 보러 오셨을 때 가끔 갔던 집 근처 돼지갈빗집이 생각났는지 엄마가 이야기를 꺼냈다.

식욕이 있다는 건 좋은 징조니까 엄마가 원하는 음식은 무엇이든 구해서 먹여주고 싶었다.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고깃집이 오픈하는 시간까지 기다렸다.

식당에 들어가서 상황 설명을 하고 돼지갈비를 주문했다.

아주머니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다독이 셨다.

밑반찬도 함께 싸주셨다.

하지만 그 시간에 숯을 바로 피울 수 없어 아쉽게도 집으로 급히 와 고기를 팬에다 구워서 병원으로 가져갔다.


병실에 가서 돼지갈비를 본 순간 기대에 찬 엄마 얼굴에 실망의 눈빛이 보였다.

"숯불에 구운 게 아니네?"

"응, 숯이 바로 안돼서 집에서 팬으로 구웠어."

"에그... 숯에 해야 맛있지..."

엄마답지 않게 짜증을 냈다.

"사람이란 게 기분으로 하루를 사는 건데

숯불에 구운 걸 기대했는데 아쉽네...

그냥 먹지 뭐..."

갑자기 엄마가 낯설게 느껴졌다. 숯불에 안 구운 게 뭐 대수라고 그리 실망을 할까?

나도 아침부터 발동동거리며 준비해 온터라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다.


"미안해 엄마....

담에는 숯불에 구운 거 꼭 사다 줄게....

근데 위암 환자가 숯에 구운 고기를 찾으면 어떻게 해..."

엄마를 보니 갑자기 어릴 때 반찬 투정하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입이 유난히 짧던 나는 조금만 음식이 맘에 안 들어도 밥을 안 먹어버렸다.

엄마는 짜증 났을 법한데도 어떻게든 밥을 먹이려고 내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셨다.

심지어 날 쫓아다니면서 먹이기도 하셨다.

'에효... 엄마랑 내가 상황이 바뀌었네....'


엄마에게 처음 돼지갈비를 사주었던 날이 생각난다.

엄마는 평소에 아이들을 보러 자주 오셨다.

아이들을 돌보는 것뿐 아니라 빨래도 해주고 음식쓰레기도 버려주고 청소도 해주셨다.

나도 처음처럼 철없이 굴진 않았고 엄마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조심했다.

엄마가 오면 조금이라도 숨통이 틔였다.

아이들을 맡겨놓고 친구와 커피 마시러도 나가고 남편과 오붓하게 영화도 보러 갔다.

그런데 그렇게 날 위해서 시간을 내준 엄마에게 맛있는 음식도 대접할 생각을 못했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내 아이에게만 모든 정신이 팔려서 그랬던 것인지 엄마의 소중함을 너무 가볍게 여긴 것인지....

마침 그날은 남편이 일찍 퇴근해서 엄마를 모시고 동네 돼지갈빗집을 갔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렸을 때라 이것저것 만지고 돌아다니는 통에 제대로 밥도 못 먹었지만

엄마는 돼지갈비를 엄청 맛있게 드셨고 고맙다고 하셨다.

유명한 맛집도 아닌 그냥 동네의 평범한 갈빗집이었지만 엄마가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들었었다. 남들은 육아를 도와주시는 부모님에게 용돈도 많이 드리고 맛있는 것도 많이 대접하고 한다는데 너무도 무심했던 나 자신이 너무 후회된다.

철도 없고 경우를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 같다.


엄마를 병실에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해는 저물어가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까짓 돼지갈비가 뭐라고 많이 사주지도 못했을까...


'엄마 제발 살아줘... 부탁이야...

숯불에 구운 돼지갈비 실컷 사줄게...

진짜 많이 사줄게...'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되뇌었다.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렸다.

와이퍼를 아무리 세게 해도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날 난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숯불 돼지갈비는 이제 나한테 평범한 음식이 아닌 가슴 아픈 음식이 되었다.

매번 먹을 때마다 그날이 생각난다.

엄마도....

엄마가 그렇게 먹고 싶었던 숯불에 구운 돼지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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