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지막 밥상은 삼치구이

3개월 밥상의 끝

by 보라빛창가

죽음을 앞둔 사람이 반짝 좋아질 때가 있다고 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였던 것 같다.

엄마는 다행히도 몇 주 만에 VRE 균이 연속 음성이 나왔고, 격리가 해제되어 일반병실로 갔다. 격리가 해제되자 엄마 얼굴색도 좋아 보였다. 엄마 배위를 만지면 종양이 딱딱하게 만져질 정도였는데도, 엄마를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다. 다음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삼치를 한 마리 구워서 갔다. 반쪽은 엄마, 반쪽은 고생하시는 간병인 아주머니 몫이었다.


"두 개 다 나 먹을래"


간병인 아주머니는 웃으며 엄마에게 생선을 양보하셨다.

엄마가 식욕을 보이자 다시 희망적인 기대가 생겨났다. 엄마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눈물 나게 고맙고 흐뭇했다. 그러나 엄마는 반마리도 다 드시지 못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맛보는 음식이어서 그런지 엄마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뭔가 기적처럼 좋아지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나 영화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간 후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이제 음식을 가지고 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오랜만에 음식을 먹은 탓에 소화가 안되어 고생하셨다고 한다.

내 욕심에 엄마가 또 한 번 힘들어졌다는 생각을 하니 죄책감이 들었다.


다음날 담당의가 보호자 면담을 요청했다. 이제 퇴원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처음엔 놀라서 멍하니 있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해서였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들어보니 이제 가망이 없으니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렸다.

병실로 돌아가 엄마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병원 밖으로 나와 언니에게 울면서 전화를 했다.


" 언니, 우리 엄마 이제 가망 없대..."


한참 울고 나서 엄마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엄마는 이제 놀라지 않으셨다.

이미 지난번에 맘 정리를 하신 것 같았다.

갑자기 종이를 달라고 하시고 뭔가를 적으셨다.


장롱 안에 있는 70만 원 챙기기

서랍장에 있는 통장과 비밀번호

간장, 된장, 매실청 버리지 말고 챙겨가기


메모지를 집어 들고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왔다.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고 한참 울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왔는데 쳐다보지도 않았다.

몇 년 뒤 아이들이 이야기해줬다. 엄마가 그날 저녁밥도 안 해줘서 굶었었다고...

한참을 앉아있다가.... 엄마의 마지막을 편하게 보낼 수 있는 곳을 찾기로 결심했다.

그게 내가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었다.

주변에서 추천을 받아 한 곳을 정하고 대기를 걸었다.

누군가 이 세상을 떠나야만 엄마가 그 자리로 들어가는 서글픈 대기였다.

그래도 오랫동안 있던 병원을 떠나 호스피스 병원으로 가면 엄마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빨리 순서가 오길 기대했다.

참으로 잔인한 날들이었다.....


엄마의 마지막 음식인 삼치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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