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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빛창가 Oct 27. 2022

오랜 친구들

소설연재

“야 지현수!... 집 앞이야... 어서 내려와!!”    

 

지수와 민이 집으로 찾아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사귄 오랜 친구들이다. 지수는 날 보자마자 원망의 눈빛을 하며 쏘아봤다.


“지수야 너 눈 왜그래...무셔워...똑바로 떠~”

“야! 너 이렇게 잠수 타기야?” 내가 주말에 소개팅 건 하나 잡았는데 연락이 안 돼서 얼마나 답답했는지 알아?”

“아... 지수야 미안... 내가 좀 바빴어... 근데 웬 소개팅?”

“너도 이제 그만 남자 좀 만나라고! 1년이면 이제 잊을 때도 되지 않았어? 언제까지 강태성을 못 잊을 건데....”

“....”          


강태성...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다.

나에겐 아픔인 그 이름...    

      

“그런 거 아냐... ”

“아니긴 뭐가 아냐.. 아니면 나 몰래 남자라도 생겼니?”

“....”     


난 지수와 민을 번갈아가며 보면서 빙긋이 미소만 지었다.

    

“뭐야 너 수상해....”

“나중에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사실... 나... 누굴 만났어”

“내 이럴 줄 알았어...!”    

 

민이가 내 등을 한대 쳤다.  

  

“아우 아파... 아무리 그래도 남자가 여자를 이렇게 패도 되는 거야?”

“빨리 말해... 누구야 대체”

“아우... 알았어 진정해... 그래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와 ~!!!"     


친구들은 동시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소리가 어찌나 큰지 주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쳐다봤다.

    

“드디어 지현수에게 봄이 왔구나!! 너무 축하해!! 야 한잔 하러 가자 ~!!”  

        

치킨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친구들은 일제히 현수를 쳐다봤다.   

  

“도대체 어떻게 만난 거야? 어떤 사람이야... 집은 어디고?”

     

기자 출신인 지수가 꼬치꼬치 캐묻자 정신이 없었다.     


“야.. 알았어 알았어... 숨좀 쉬자....

이야기할게... 그냥... 바닷가에서 만났어.... 우연히...”

“오 마이 갓... 완전 영화네... 어떻게 생겼어... 키는 커?”

“응... 키도 크고 완전~ 잘생겼어!! 부럽지?”

“와...이지지배 봐라... 완전 뿅 갔네...”     


민이가 또 등을 때리면서 흥분했다. 그때였다. 옆자리에서 한 여자가 민에게 아는 척을 했다.     


“혹시... 죄송한데요... 혹시 '바람이 불어오면'의 김민 씨 아니에요?”   

  

깜짝 놀란 민이가 분위기를 잡고 목소리를 깔았다.    

 

“네... 바람이 불어오면~~ 그대... 맞아요... 감사합니다.....”

“어머 반갑네요... 팬이에요...”

“네... 감사합니다 ~”     


갑자기 점잖은 척하는 민이를 보며 우리는 옆에서 키득거렸다. 민이는 가수다... 아니 가수였다. 수년 전 노래 한곡이 히트를 쳤지만 지금은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다시 노래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꿈을 잠시 접고 살아가고 있다.  


“민아.. 다시 노래해봐... 우리가 조금씩 도와서 앨범 내줄게...”

“아냐... 됐어... 이 나이에 무슨... 너 하던 이야기나 마저해... 그래서 니 남자 친구가 그렇게 좋디?”  

   

친구들과 깔깔 거리며 웃고 떠들고 나니 속이 후련해졌다.누군가 새롭게 만나는 게 두렵고 다시 상처받는 게 두렵지만 이제는 마음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도망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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