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도대체 니 남자 친구는 언제 보여줄 거야?”
지수의 전화였다.
“어... 그 사람이 너무 바빠서... 미안... 시간 한번 내볼게...”
“어머... 시간 한번 내보다니 너무 비싸게 구는 거 아냐? 나도 엄청 바쁘거든! 나 기자인 거 잊었어? ”
“아우 알았어... 지수야... 곧 약속 잡고 연락할게...”
마크에게 친구들이 보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의외로 그는 난감해하는 눈치였다.
“It's like a freak show... 날 구경하고 싶어 하는 건가? 그리고 우리 둘이 만나기에도 시간이 없는데...”
“당신 마음 이해해요. 하지만 나에게 소중한 친구들이어서 당신을 소개해 주고 싶은걸요.”
“OK. 당신이 그렇게 원한다면... 만나자..”
그는 의외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사적인 자리는 더욱 꺼렸다.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날, 안타깝게도 민이 급한 일이 생겨 오지 못하게 되었다. 지수와 난 마크를 기다렸다. 잠시 후 마크는 친구인 준과 함께 왔다.
“현수... 준 기억하지?
최근에 이 근처에 레스토랑을 새로 open 했는데, 너에게 인사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왔어”
“준 씨... 오랜만이에요.”
“현수 씨, 반가워요... 난 둘이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하하... 그날 두 사람의 눈빛이 얼마나 뜨거웠던지...”
“어머... 준..!!”
갑자기 얼굴이 달아 올라 두 뺨을 감싼 채 준을 살짝 흘겨봤다.
“Wow... scary...”
마크와 준이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지수에게 마크와 준을 소개했다. 그러나 그렇게 마크를 보고 싶어 했던 지수는 마크에게 몇 마디 물어본 후 얌전한 고양이처럼 앉아 있었다. 기자병이 있는 그녀 답지 않았다.
“지수야 어디 아파?”
걱정되어 조용히 물었다. 지수는 나를 잠시 화장실로 불렀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야! 마크 옆에 저 귀여운 남자 뭐야... OMG! 정말 내 타입이잖아...”
“뭐? 하하... 그래서 네가 갑자기 조신해졌구나... 어이구...”
“뭐하는 사람이야?”
“응... 셰프야...”
“세상에 저 근육질에 셰프라니 너무 섹시하잖아...
게다가 영국에서 왔다고? 꺅!”
“너 마크 만나러 온 거 맞니? 에휴...”
“맞다... 참... 마크는 정말 멋지고 좋은 사람 같아 게다가 rich! 내가 기자생활이 몇 연차니... 척 보면 알지... 물론 우리 준 씨 때문에 몇 마디 못했지만... 어쨌든 너희 둘 진심으로 응원할게!! ”
자리로 돌아가니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마크가 급한 연락을 받고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현수.. 급한일이 생겨... 가야 할 것 같아. sorry... 지수... 다음에 또 만나요...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지수야.. 나도 급한일이 생긴 것 같아... 먼저 가볼게...”
두 사람을 응원하며 나도 자리를 비워주었다.
“어머 둘 다 가면 우린 어떻게 하라고 ~ ”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지수를 보고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둘이 잘 돼서 더블데이트하면 재밌겠다’
집으로 가니 민에게 전화가 왔다.
“아흐... 오늘 갔어야 하는데!! 지수가 마크를 엄청 맘에 들어하더라... 물론 마크 이야기는 1분하고 나머지는 그 친구 준의 이야기였지만...글쎄 둘이 다음에 만나기로 했나 봐... 지수가 레스토랑에 찾아가기로 했데...!!
어떻게 그렇게 인연이 되냐... 신기하네... 마크 혹시 여자 사람 친구는 없니?”
“야! 너희 뭐야!! 떡고물에 더 관심 있는 거 아냐? 에그...”
전화를 끊고 침대에 누웠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였다.
‘마크는 정말 어떤 사람일까? 나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진실한 그의 모습일까?
좀 더 지켜보면 알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