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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빛창가 Oct 27. 2022

낯선 모습

소설연재

한주 동안 서로 바쁜 탓에 서로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오늘은 샌드위치를 사들고 그의 회사로 향했다. 일종의 서프라이즈랄까... 마크는 넥스트 미디어의 부사장이었다. 그가 고급 자동차를 몰고 왔을 때부터 VIP일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그가 넥스트 미디어의 부사장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사실 그의 지위가 부담이 되었다. (그가 앤더슨 그룹의 family란 걸 안 후 넥스트 미디어 부사장 자리는 이제 놀랄 일도 아니지만...)그러나 그는 한결같이 부드러운 태도로 나를 대해 주었고 위압적인 모습은 전혀 없었다. 그의 비서에게 조용히 연락해 그의 사무실 앞으로 갔다. 문을 열려는 순간 큰 소리가 들려왔다.     


“Bloody Hell... 도대체 이런 프로그램으로 경쟁이 되겠어? 제이 미디어에서 'House of Water' 계약한 건 알고 있나? 경쟁사에 컨텐츠 다 뺏기고 어떻게 할 거지? 빨리 다른 컨텐츠를 잡아와요... 머리가 나쁘면 부지런히 찾아다니기라도 하라고...Now!! oh, bugger!!!”     


마크가 누군가에게 화를 내는 것 같았다. 처음 보는 낯선 모습이었다. 비서가 민망한듯한 표정으로 나를 흘깃 보았다. 할 수 없이 그냥 돌아가려고 뒤돌아서는 순간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벌겋게 상기된 직원이 밖으로 나왔고 그의 뒤로 화를 참지 못하고 온몸을 떨며 창문을 보고 있는 마크가 보였다. 그 직원은 나이가 많아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임원 같았다. 그 순간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나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어쨌든 서프라이즈는 성공이었다.)

     

“마크... 저녁 먹었어요? 내가 샌드위치 사 왔어요.”

“Thanks but... 지금 그럴 기분이 아냐... 미안... 그만 돌아가 줘”

“알았어요... 연락도 안 하고 불쑥 찾아와 미안해요.

그만 갈 테니까 전화해요... 샌드위치는 놓고 갈게요...”  

   

집에 가서 전화를 기다렸지만 그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화가 난 건 이해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에게 있는 다른 면이었다.      


‘마크는 나에게만 친절한 건가? 도대체 평소에는 어떤 모습인 걸까?’     


그의 낯선 모습에 당황하며 생각에 잠긴 순간이었다.

딩동...


‘늦은 시간에 누구지?’     


인터폰에 지쳐 보이는 마크의 모습이 보였다. 문을 열자마자 그는 나를 와락 껴안았다. 그리고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다.     


“마크... 괜찮아요?”     


그는 내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현수... 아까 네가 본 게 내 원래 모습이야... 실망했어? ”

“마크... 누구나 이성을 잃는 순간이 있어요. 실망 안 했어요. 괜찮아요.”

“난 일이 제대로 안 풀리면 나도 모르게 사람을 그렇게 push 하는 것 같아.”

“당신은 책임 자니까 그럴 수 있죠... 당신이야말로 얼마나 압박감이 심하겠어요... 난 사장시켜줘도 절대 안 할 거예요...”

“하하하.... You are... so lovely”     


주먹을 불끈 쥐고 사장을 안 한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마크가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마크...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요. 우리 회사 임원중에도 직원들을 푸시하고 업적을 가로채거나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타인에게 그렇게 무자비한 사람이 자기 가족에게는 끔찍이 잘해요. 부인에게는 다정한 남편, 아이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아빠더라고요.

전 그 사실을 알고 그분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아까 화냈던 그분도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소중한 사람이에요.

당신이 그렇게 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잘못한 게 있다면 지적하는 건 당연하지만 방식의 문제 같아요.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자기 자신이 제일 괴롭지 않을까요?

좋은 리더란 상대방을 응원하고 그 능력을 200% 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크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OK... You are right...

   

그가 돌아간 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정말 이상했다. 왜 그는 내 앞에서는  연약한 소년이 되는 걸까? 밖에선 저렇게 센척하면서... 그를 직장 상사로 만났으면  우리 관계는 상당히 달랐을 것 같다. ‘혹시 나만이 그를 조련(?)할 수 있는 게 아닐까?하는 엉뚱한 생각이 잠시 스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그러나 정말 궁금하긴 했다. 그 정도의 외모와 스펙을 가진 사람이라면 영화배우나 유명한 연예인들과도 만날 수 있을 텐데 세상 평범한 나를 왜 만나는 걸까? 그 이유를 물어보고 싶은 적이 많이 있었지만 한 번도 묻진 않았다. 날 사랑하는 건 그의 결정이니까 그냥 감사하게 받아들이면 되기 때문이다. 나도 그가 가진 배경 때문에 내가 그를 더 좋아하거나 하는 건 아니다. 내가 명품에 관심이 없는 것과 같은 이유였다. 그의 배경은 오히려 내겐 약간 불편함을 주는 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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