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라빛창가 Oct 27. 2022

생일 선물

소설연재

꿈같은 여름휴가가 끝나고 마크와 나는 서로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했다. 대신 매일 전화통화로 아쉬움을 달랬다.


“Baby, 14일엔 꼭 만나자...니 생일이잖아


9월 14일, 내 생일이 되자 우리는 어떻게든 만나기로 약속했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업무를 정리하고 그와 만나기로 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슈트를 말끔히 차려입고 날 기다리는 그의 모습이 유난히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현수, 너와 만나고 첫 생일이군.

Happy birthday to you!”

“고마워요.”


웨이터가 꽃으로 장식된 케이크를 들고 테이블로 왔다. 마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란색 꽃이 가득한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오랜만에 예쁜 케이크에 꽃다발까지 받으니 힘들었던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근데 마크, 첫 생일인데 선물은 없어? 좀 실망인데 ~”

“음... 선물이 있긴 있는데... 여기서 보여주긴 힘들어.”

“하하.. 농담이에요. 이 꽃다발로 충분해요. 내가 좋아하는 색을 기억해 줘서 고마워요.”     


괜찮다는 말은 했지만 안에서 볼 수 없는 선물이라니 뭘까 궁금해졌다. 식사를 마치고 그는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내 손을 잡고 무엇인가를 건넸다. 차 키였다.     


“이게 뭐예요?”

“생일선물 ~”

“네? 선물이 자동차라니 말도 안 돼요! 난 받을 수 없어요. 그리고 나 운전도 잘 못한단 말에요.”

“현수가 아침마다 힘들게 지하철 타고 회사 가는 게 너무 마음 아프고 신경 쓰여. 니가 거절하면 어쩔 수 없지만, 선물을 받아준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 You deserve it. 운전은 내가 가르쳐 줄게.”


그의 간절한 눈빛을 보니 더 이상 거절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그럼 나 정말 운전 알려줘야 해요. 면허는 오래전에 땄지만 운전이 무섭단 말에요.”

“OK. I promise”     


주말부터 그와 운전 연습을 하게 되었다. 브레이크와 액셀을 밟는 힘 조절이 아직 미숙해서 그런지 계속해서 급정거를 하게 되었다. 차가 꿀렁거릴 때마다 그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그는 절대 화내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그와 이틀 내내 운전 연습을 하고 나니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운전을 하는 김에 교외로 나가보기로 했다. 팔당호를 따라 두물머리로 향했다. 다행히 무사히 도착하여 주차 후 그와 강가를 산책을 했다.  

   

“와 내가 운전을 해서 이곳에 오다니.. 정말 고마워요 마크! 차를 선물해준 것보다 나한테 운전을 가르쳐준 게 더 고마워요. 어쩜 그렇게 화도 안 내고 잘 가르쳐줘요? 참을성이 많은가 봐요.”     

“God... It was real thrilling”     


그는 웃으며 내 이마에 키스했다. 우리는 손을 잡고 천천히 강변을 걸었다. 도대체 그는 부족한 점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슈퍼리치에 잘생기고 똑똑하고 게다가 인내심까지...이 사람이 내 남자 친구라고 세상에 외치고 싶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