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냉증과 홍삼(맹신의 위험성)

by 정희섭

태어나면서 바로 걷고 뛰는 아기는 없듯이, 처음 시작은 온통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개업 초기에 수족 냉증을 단순히 몸이 냉한 것으로 진단해 처방을 하였지만 교재에서 배운 것 같은 효과는 보기 어려웠고 종종 바라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분명히 책에서는 이런 증상에는 이런 처방을 쓰면 낫는다 했거늘.....


돌이켜보면 뿌리를 알지 못하고 드러난 줄기의 증상에만 포인트를 준 미흡함의 결과였다.

수족 냉증을 치료하기 위해선 수족 냉증의 필연적인 이유를 알아야 했는데 결과만 봉합하려 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미안하고 자괴감이 든다.


수족 냉증에 대하여 함 살펴보자.


비유컨대 집의 보일러를 생각하면 방이 냉한 원리와 같은데 그 경우를 예측해 보자.


첫째, 기름이나 가스가 부족해서 보일러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물이 본디 뜨겁지 않은 경우인데 사람에게서는 음식 섭취가 부족하여 에너지를 만들 영양분이 결핍된 경우에 비견된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풍족한 삶을 누리는 지금엔 궁핍함은 거리가 멀다 할 수 있으니 이는 수족 냉증의 원인으로는 타당함이 부족하다.


둘째, 순환이 안되는 경우를 유추할 수 있는데, 심한 비만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경우나 심장의 기능부전 등을 고려할 수 있으나 수족 냉증이 일반인들에게 흔한 증상임을 감안하면 역시 특이점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혈관의 문제(염증이나 혈전 등)로 국소적인 흐름의 장애가 오면 해당 부위의 통증이나 부종, 변색 등이 발생한다. 이는 특별한 혈관 질병에 나타나는 것으로 이 또한 관련성이 부족하다.


셋째, 혈류량이 부족해질 경우인데, 체내 다른 부위에서 요구량이 늘어나 그쪽으로 많이 배당되면, 상대적으로 적은 혈류로 인해 열을 수족으로 보내는 양이 줄어듦으로 인하여 수족 냉증의 원인이 될 큰 가능성을 보여준다.


막대풍선을 불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강아지도 만들고 왕관도 만드는 것을 놀이공원에 가면 종종 볼 수 있는데 일정량을 불어 묶은 다음 한 쪽을 볼록하게 하면 다른 쪽은 압력이 줄어든다.


혈관도 폐쇄 순환계로 일정량의 혈액을 가지고 있다. 혈액 구성에는 적혈구 백혈구 등뿐만 아니라 많은 비율의 혈장을 포함하고 있다.


만약에 특정 부위가 과열이 된다면 세포나 조직 건강에 치명적이므로 해당 부위로 많은 혈장(세포액)이 몰려가서 식혀줘야 한다.


흔히 속이라 부르는 흉곽 내의 장기는 거의 쉬지 않고 대사를 하지만 잠을 잘 때는 대사를 늦춰 식혀주고 재정비 타임을 갖는다.


만약에 신경 쓸 일이 생기거나 운동 부족 등으로 수면에 차질이 오거나 양약(대사 촉진작용)을 장복하게 되면 엔진의 rpm이 증가하듯 열의 방출이 심해진다.


이럴 경우 대상작용으로 해당 부위의 세포에서는 세포액이 혈관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 식히려 한다.

세포 하나하나는 팽창되고 전체적으로 몸통과 얼굴이 붓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연이어 혈액 구성에서 혈장이 부족해짐에 따라 혈액이 농축되고 손발로 흐르는 혈류량이 부족해지기 시작하면서 열의 전달에 영향을 받아 냉증을 쉽게 느끼기 시작한다.


당연히 혈액 검사상 고지혈증이나 혈당 상승 같은 결과가 나오기 쉬운데 성급하게 고지혈증약이나 당뇨약을 복용하는 것은 자칫 혹을 더 붙일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즉 조건의 개선을 이룬다면 대부분 수치가 정상이 되거나 조절 범위로 들어갈 수 있는데 미봉책을 쓰게 되면 자칫 전체의 흐름에 악영향을 끼쳐 난치로 이행하기 쉽기 때문이다.


풍선의 비유처럼 상부의 팽창은 하부의 위축을 불러 수족냉증을 유발함을 알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대부분 혈액 순환이 안되어 상열하한이라 단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에 혈액순환이 안된다고 진단해서 처방을 한다면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설거지를 할 때 기름때를 청소하려면 뜨거운 물에 해야 용이한데 찬물에 하면 엉겨 더 어렵게 됨은

자명한 이치라 처방되는 약성은 뜨겁거나 더운 약성을 지녀야 한다.


더운 약성이 체내에 들어가면, 안 그래도 속이 뜨거워 죽겠는데 설상가상으로 증상이 개선되기는커녕 더 심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기 쉽다.


한약이든 양약이든 그 방향성이 일치해야 하는데 동으로 가야 할 사항에 서로 반대로 가는 처방을 쓰게 되면 아무리 비싼 약을 쓰더라도 독이 됨과 다름이 없다.


35년 단골 환자이면서 친척이 수족 냉증이 있어 누가 홍삼을 먹으면 좋다고 해서 먹는도중 얼굴이 붓고 수족 냉증은 더 심해졌다고 하소연하여, 끊게 하였더니 바로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하였다.


수종 냉증의 원인을 고민하게 된 계기는 개업 초기에 다른 증상으로 양격산화탕이란 서늘한 성질을 지닌 처방으로 한약을 복용한 환자가 `손발이 따뜻해졌어요` 하면서 다른 환자를 데리고 왔었는데 당시에는 기뻤지만 속으로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지식이 미천한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수족냉증엔 더운 약을 처방하는 것이 이치상 당연시되었고 차가운 속성의 처방을 사용하는 것엔 약간 조심스러운 분위기였었다.


이해가 되지 않고 처방을 하는 것은 복불복이라 환자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떳떳지 못한 일이어서 화두처럼 오랫동안 여러 책을 보면서 그 원인을 찾았었다.


다행히도 여러 훌륭한 저서들을 통해서 조금씩 해답을 구하게 되었고 지금은 환자에게 자신 있게 권유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냉한 속성의 처방은 속열을 식혀 줌으로써 수족으로 가는 혈류량을 늘릴 수 있어 동시에 증세가 호전되었기 때문임을 지금은 안다.


수족냉증은 속열과 비례해서 나타나는 균형 실조 증상으로, 마치 시소가 균형을 잃으면 한 쪽은 너무 많아서, 반대쪽은 그만큼 부족한 형태를 띨 수밖에 없음이다.


전체가 균형을 잡아 두 증상이 비례해서 없어져야 비로소 수족 냉증이 없어진다.

즉 수족 냉병은 화병이라는 그림자를 포함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몸이 냉하다고 진단하거나 기가 약하니 혈액 순환이 안된다고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단순하게 진단하면 자칫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많으므로 환자도 의자(醫者)도 주의해야 하겠다.


환자는 왜?라는 합리적 의심으로 자문을 구하고 의자는 그 발병 원인을 이치에 맞게 설명하여 환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증상을 납득하게 만들어야 치료에 확신과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든 현상을 이해하게 된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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