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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섭 Jul 19. 2023

선천? 후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

건강을 유지하는데  큰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선천적 부모에게 받은  능력치와   살아가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후천적 요소가 있어  때론 닭과 계란처럼  어느 것이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인지 관심이 많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유전자는  청사진처럼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뿐  후천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배웠다.  그래서  선천적인, 즉 타고난 바탕은  절대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왔고 사주팔자처럼 정해진 숙명을 따라간다고 여길 정도였다.


핵 속의 유전자 정보는 m-RNA를 통해 전사하여  리보솜에서  t-RNA의 조합으로 단백질을 만드는  일방적인  흐름만 존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후천적 변화가   retrovirus를 통해  핵 속의 DNA에  변화를 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몇 세대에 걸친 음악가 집안이라면  타고난  그 집안의 유전자의 대물림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단지  한세대에 걸친  우월한 능력의 전달은  retrovirus에 의한  후천적으로 발휘된 능력이  자녀에게 전달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외부 바이러스의 침입을 격퇴하고 나면 유전자에 그  바이러스의 정보를  각인시키는 것처럼, 살면서 겪게 되는  여러 자극들도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령  손흥민 선수의 축구에 대한 뛰어난 기량은  프로 선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을 것임을 고려할 때,

부친인 손웅정 씨의 축구에 대한 노력이 유전자에 각인되고  그것이 아들인  손흥민 선수에  전달되었다고 본다.


물론  태어나서 눈으로 항상 보아 온 아버지의 축구에 대한  사랑을  후천적으로 감화 받고  더 노력해서  큰 성취를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즉, 타고난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 변화를 자극하는 모든 요소가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생각이  행동을 바꾸고, 행동은  습관을 만들며, 습관은 운명을 바꾼다고  하는 말이 기억난다.   

건강에 대한  관점도 같다.  


극히 예외적인 선천적 유전 질환 외에는  누구나  편차는 있지만  건강하게  태어났으며(단, 체질처럼  각기 다른 장단점을 지닐뿐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현재 내가 선택하고 실행하는 행동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천 자(順天者)는 존(存) 하고  역천자(天者)는 망(亡) 한다는 말이 있다.  즉 천리에 순응하면 건강을 보존할 수 있고, 천리를 어기면 건강을 망친다는 의미이다.


천리를 따른다는 말은   잘 때 자고  먹을 때 먹고  운동할 때 운동하여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순리에 따름을 의미한다.


대개의 자연에 사는 동물들이 자신이 타고난  원칙(즉 주광성 동물(인간)은 낮에 사냥하거나 활동하여 밤에 쉬고, 야행성 동물은 밤에 활동하고 낮에 쉬는) 을 준수하며 살아간다.


인간은  다행히도  먹이사슬의 피라미드에서  벗어난 반면  복잡한 사회생활과 인공조명으로 인하여  밤낮의  구분이 없어지기 시작하면서  타고난  리듬에 맞는 생활을 영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생활은  당연히  생체 리듬의  혼돈을 유발하여  여러 질환들을 유발하는데  역천(天)의  결과물인 셈이다.


아무리 선천적으로 건강한 유전자를 타고났더라도  후천적인 부조화는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쉽게 건강을 잃게 만들며,  반대로 비록 약하게 태어나더라도  바른 생활 태도는  그 단점을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는다.


가장 쉬운 예가  근래 많이 언급되는 자연에 사는 사람들처럼  제때  일어나고  낮엔 열심히 일하고 밤에 일찍 자는  지극히 단순한  생활리듬을 지닌 사람들이  잔병이나 성인병 없이  활기찬 노후 생활을 즐기는 반면, 도시에서 열심히 살면서 밤, 낮을 잊고 불규칙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만성피로에 찌들어  고혈압, 당뇨 등의 성인병과  암, 치매 같은  난치성 질병을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누구나 생업을 포기하고 산에서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생활 패턴을 가능한 거기에 사는 사람처럼  닮아 가도록 노력은 해야 한다.  


건강한 삶을 위한 지표를 잃으면 마치  범선을 타고 대양을 항해하는 시대에 나침반을 잃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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