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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공선사 Jul 25. 2024

나를 경영하는 금강경 season6(7.무단무별분2)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것이 아니다.

수보리 여약작시념 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자 설제법단멸 막작시념

(須菩提 汝若作是念 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者 說諸法斷滅 莫作是念)


수보리야, 네가 만약 이런 생각을 하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한 사람은 모든 법이 단멸했다고 말하는가 한다면 이런 생각도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이 공(空)하고 텅 비어 있어 상(相)도 없으니 구할 것이 무엇이 따로 있고 닦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내가 곧 부처로다' 하는 생각이 단멸(斷滅)이다.

그러면서 한평생 한량(閑良)으로 빈둥빈둥 대며 놀고먹으며 타인에게 일생 폐를 끼치다가 수준 낮은 귀신이 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자기는 수행할 것이 없으니 몸이라도 유지하고 가족이라도 돌보기 위해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이다.


우리 중생의 두뇌는 무엇이든 합리화시키는 데 있어서는 가히 천재적이고 신(神)을 능가한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은 그래도 구제가능성이 있지만, 합리화의 천재는 여래도 구제불능이다.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는 허깨비를 의욕적으로 열심히 찾아 헤매다 보면 이상한 관념들이 많이 생기게 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자기 내면이 텅 빈 것 같고 모든 것이 갑자기 허무해지고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자기 존재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당연한 현상인데, 그 이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찾고 얻으려고 하면 영원히 나타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이 고요하며 적막한 심리상태가 되면 참으로 견디기 어렵게 되거나 그런 상태가 혹시 깨달음의 상태가 아닌지 착각한다.


이것은 무(無)의 상태인데, 이때의 무(無)는 유(有)에 상대되는 무(無)이므로 공(空)의 지옥에 떨어진 상태이다.


여래가 상(相)을 구족하지 않았다고 설하니 또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것인가 하는 착각을 한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상대적인 유(有)와 무(無)의 차별을 완전히 뛰어넘은 새로운 차원의 무(無)인데, 이때의 절대무(絶對無)는 그런 공허한 상태가 아니다.

절대무(絶對無)는 자기의 상(相)도 인식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서, 상대적인 유(有)와 무(無)에 전혀 걸리지 않고,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유(有)와 무(無)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그래서 존재하는 그 자체로 내면이 광명(光明)으로 가득차서  -아니, 자기 존재 전체가 빛덩어리로 실제 화(化)한다- 상상할 수 없는 밝은 평화와 행복으로 충만하게 된다.


그리고 이 속에서 모든 법(法)이 현현하고, 그 모든 법의 작용들을 낱낱이 모두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어디 법(法)이 끊어지고 텅 비어있고 아무것도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오히려 모든 것이 다 나 자신의 본래영혼인 법신(法身)과 하나가 되었으니, 넘치고 넘쳐흘러서 부족한 사람에게 저절로 전달된다.

마음이 파도가 일어나지 않고 좀 고요해진 심리상태를 가지고 뭔가 얻었다거나 깨달았다거나 모든 것이 공(空)하다거나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면 자기가 죽은 사람이 되었음을 알고 크게 경계하여 다시 살아나야 되지, 만약 그런 상태로 어떤 결론을 내려버리면 그야말로 미천한 미물로 끝나고 만다.


이러한 하근기자(下根機者)들은 시중에 넘쳐흘러 시장에 꽉 찰 정도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장사는 참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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