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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경영하는 금강경 season1(26.정신희유분6)

자기 자신에게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다.

by 하이붓다 지공선사

하이고 시제중생 약심취상 즉위착 아인중생수자 하이고 약취법상 즉착아인중생수자 약취비법상 즉착아인중생수자

(何以故 是諸衆生 若心取相 卽爲着 我人衆生壽者 何以故 若取法相 卽着我人衆生壽者 若取非法相 卽着我人衆生壽者)


무슨 까닭인가, 이 모든 중생이 만약 마음에 상을 취하면 곧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에 집착함이 되나니. 무슨 까닭인가, 만약 법상을 취하더라도 곧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에 집착함이고 만약 법 아닌 상을 취하더라도 곧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에 집착함이 되느니라


법(法)과 비법(非法)에 대한 상(相)을 취하는 것이 실은 자기 자신의 사상(四相)에 집착하는 것이라는 말씀이다.


정말 진리에 집착하면 고지식하지만 그래도 좀 나은 사람이다.


그런데 좀 깊이 따져보면 진리에 대해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잘났다고 생각하는 모습에 집착하는 것이다.


자기는 진리를 공부하니 대단한 사람이라거나 타인은 그것도 모르니 무지몽매하고 불쌍한 사람이라거나 자기 중생의 모습은 그대로 둔 채 상상하는 성(聖)스러운 모습에 집착하거나 자기는 공부해도 안 되는 사람이라거나 자기 자신이 진리와 같이 영원히 하나가 되었다는 망상 등등..


공부하는 학인(學人)의 망상은 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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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 문제는 자기 자신이 그렇게 자신에게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기는 진리를 깨닫고 자기 자신의 본래면목을 찾으려는 사람으로서 공부대상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못난 자기를 좀 더 잘난 자기로 만드는 것, 못 가진 자기를 진리로 채우려는 것 등 진리와 여래와 모든 것을 자기 자신을 향해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정작 아상(我相)이 공부하면서 점점 더 두꺼워지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온몸을 화려하게 금은칠보로 휘감아도 뻔뻔한 자기 자신은 속일 수가 없다.


공부하는 사람이 어찌 그리 때깔이 좋나? 공부하는 사람이 어찌 그리 마음이 편안해 보이나? 공부하는 사람이 어찌 그리 여유 있어 보이나?


석가모니불은 그럼 싯다르타 시절에 어리석어서 거꾸로 수행해서 피골이 상접했나?


'정말 마음 좀 편안하게 가져보려고 수행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솔직하고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오히려 때로는 이런 사람이 길을 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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