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흔들리는 마흔을 견딘 시간, 아부다>

3-3 다시는 너희를 불행하게 하지 않으리- 한국무용 단원이 되다


2023년 2월, 4년간의 아부다비 살이를 끝내고 추운 겨울이 한창인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면서, 울어서 실신할 것 같은 딸아이들을 친구들에게서 떼어놓으면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던 아부다비 자이드 국제공항에 마지막 발자국을 남기면서 마음 속으로 몇 가지를 다짐했다.


첫 번째, 무슨 일이 있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아부다비에 방문할 것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생활비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아부다비 방문은 꼭 할 것.

두 번째, 언제가 되든 최대한 빨리 외국으로 다시 이주할 것. 여기에서 외국이라 함은 다민족 다문화의 환경인 곳일 것.

세 번째, 위 두 가지를 하기 위해서 한국에 돌아가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할 것.


한국에 기어이 돌아왔다.

소가 코를 꿰어 밭으로 일하러 갈때의 마음이 이랬을까?

나는 억지로 밭에 끌려가는 우는 소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나와 약속한 다짐을 실현시키기 위해 여러가지를 시도했다.

한국어교원 2급자격증을 땄고, 태권도 1단을 취득했다. 이제 한국 문화와 관련한 컨텐츠로 눈을 돌렸다.

사물놀이를 할까하고 고민하고 있었 내게

어느 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1층 게시판에 주민자치센터의 분기별 수강과목목록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비글 중 비글이다. 여태껏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 들어온 것 중 달려들어 물어뜯지 않은게 없다. 나니(망), 깨비(도), 인간 넷플릭스라고도 불린다. 그리하여 40년 넘는 인생을 살면서 많은 것들을 접했는데, 운동으로는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웨이트 트레이닝, 달리기, 태권도, 발레, 수영, 밸리댄스, Kpop댄스, 한국무용 등이 있고, 미술로는 수채화, 아이패드 그림그리기, 꽃꽂이, 서예 등이 있다. 음악으로는 피아노, 드럼, 기타 정도, 인문학과 철학으로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동양전통사상를 수강하고 각종 심리학, 마음챙김 강좌, 김주환 내면소통 교수의 강의와 심리상담사 웃따의 강의를 즐겨들으며 노자의 도덕경이나 한병철의 피로사회와 오쇼 라즈니쉬같은 인도철학, 또 독일의 쇼펜하우어,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을 통해 동서양 철학을 접하고 사랑해왔다. 아. 고등학교때부터 음악감상과 드라마 감상도 오래 된 취미라 재즈, 보사노바, 클래식, 락, 컨츄리, 브릿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들었고 그 중 재즈와 보사노바, 팝을 가장 좋하게 되었다. 드라마 중에서는 글리와 어티피컬, 길모어걸즈, 더 오래전에는 앨리맥빌 등을 좋아했고, 고3 수능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한 것이 일본영화에 빠져 한동안 아련한 일본영화를 섭렵했고 지브리스튜디오의 영화와 음악들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한다. 멜롯 와인과 그뤼에르 치즈를 좋아한다. 치즈는 에멘탈, 브리, 까망베르, 체다도 좋아한다. 살라미와 치즈, 와인이 있는 밤이 좋다. 특징이 분명한 여러나라의 음식을 먹고 가끔 만드는 것을 즐긴다. 또 이러한 분야에 관심이 생길때마다 샅샅이 찾아 읽어 온 독서 이력은 이것 보다 더 많은 관심사를 포함할 것이다. 이런 나의 미친 흥미 나무에서 뻗어져나온 다양하고 엉뚱한 가지들 중 말라서 시들어 가는 것도 있고 튼튼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들도 있다. 그 중 한국무용은 나의 중요한 삶의 큰 줄기로 자리잡았다.


우연히 아파트 1층 게시판에 붙은 주민자치센터 수강과목에 '한국무용'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 온날은 수요일이었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한국무용 수업. 그날 저녁 호기심만 달랑 챙겨서 주민자치센터로 갔다. 강사인 진민숙 선생님은 무용실 뒤 어색하게 서서 지켜보던 내게 춤을 따라해 보라고 하셨다. 사실 속으로 춤을 추고 싶어 근질거리던 참이었다. 그날 수업은 '아름다운 나라' 부채춤 수업이었다. 역동적이었다. 뛰고 구르는 역동성이 아닌 한국무용 특유의 끊어질 듯 이어지는 호흡을 붙잡고 춤을 춰야하는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감탄이 터져 나왔다. 수강생들도 모두 진지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등록을 했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서 나를 따로 부르셨다. 주민센터 근처에 선생님의 무용실이 있다고 하셨다. 그곳에서 소규모 수업이 있는데 원하면 그 수업도 들을 수 있다 하셨다. 그러면서 두달 후에 열리는 창원 용지문화공원에서의 공연에 함께 참가 준비를 해보자 하셨다. 아직 한국무용의 히읗도 익히지 못한 나였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솟아난 용기로 선생님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렇게 한국무용협회 창원지부 부회장이신 진민숙선생님과의 첫만남이자 창원 해오름무용단 입단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


그렇게 선생님과 두번의 정식 공연을 하고 작년에는 선생님께 배운 소고춤으로 반 학생들에게 체육시간을 이용해 짬짬히 가르쳐 학교 공연에도 참가했다. 올해는 학교의 학생들과 동아리를 구성해 부채춤, 칼춤, 민요춤 등을 가르칠 예정이다. 햇수로진 선생님과 알게 된게 올해로 3년째다. 하지만 선생님과 함께 있으면 아주 오래 알아 온 사이처럼 편안하다. 일흔을 바라보고 계신 선생님이지만 춤을 추고 춤에 대해 이야기할때는 열여섯 소녀같은 모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모습이다. 우리는 누구나 내 자신 본연의 모습이 될때 사랑스럽다. 아이같은 천진함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것이 꾸며져 어색한 것일때에는 불편함과 천박함을 동반한다. 따라서 우리는 각자가 가진 고유성에 집중하면서 그것을 깊이있게 탐구하고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진민숙 선생님과의 인연을 평생 이어가고 싶다. 그 분의 천진함을 닮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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