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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Feb 08. 2022

나는 내가 마음에 든다.

나, 수선화

  몸무게가 열 일한 다는 생각을 요즘 가끔 한다. 건강검진을 받으면 겨우 비만이 아닌 정도의 몸무게를 유지하면서 살고 있는데 이번 겨울에는 처음 보는 숫자가 체중계에 써지곤 한다. 다를 때 같으면 치를 떨곤 하면서 몸무게를 덜어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곤 할 텐데 요즘은 호위병을 내 몸속에 키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불어나는 몸무게를 든든해하는 것처럼 여유를 갖고 바라본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알 수 없는 건 아니고 몸무게가 바쳐주니까 과한 업무를 잘 이겨내는 것 같고 알게 모르게 몸무게도 쓰임새가 있다고 느끼게 되어 일단 내 몸에 머무르게 하고 있다.

 

  내가 처음 좋아했던 꽃이 수선화였다. 나잇대별로 더 좋아하는 꽃이 달라지지만 처음으로 좋아했던 꽃이 수선화였다. 그런데 수선화의 꽃말이 '자아도취'라고 한다. 꽃말을 알고 꽃을 좋아한 건 아니지만 지금 불어나는 몸무게까지도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걸 보고 내속에 '자아도취'가 깔려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내가 마음에 든다.'는 주제로 글을 다 쓰고 있는 걸 보면서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재밌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나저나 일생 계속 다 좋기만 하지는 않았다.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살아냈다. 그냥 전반적으로 응원 겸 내가 좋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내가 생각하는 '선'을 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식'을 영 모르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 소화되지 않는 상황을 접하게 되면 어이없는 그 무언가를 내 몸에서 모두 휘발시켜버리고 말겠다는 듯이 믿을만한 사람에게 모두 쏟아내곤 한다. 제일 좋은 경우는 어이없는 행동을 한 사람이 유효기간이 지나기 전에 "미안합니다."라고 해주면 가장 쉽고 빨리 풀리지만 대부분 그런 경우가 많지 않다.


  수많은 묘한 상황을 접하지만 그래도 그때마다 나 스스로 나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잘 넘기곤 한다. 가끔은 '비굴한 게 아닌가?' 할 때도 있어서 스스로에게 미안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이기 때문에 그 못난 행동을 한 사람이 본인의 잘못으로 본인이 쌓아온 세월을 허송세월로 만들지 않게 되니까 그 또한 나의 내면의 '어짊'이 그를 살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나의 오해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대체로 당하는 경우는 있어도 남을 나의 상식 밖의 행동으로 곤란하게 한다거나 상처를 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없지는 않았다. 남이 아닌 우리 큰아이에게 수많은 상처를 줬다. 어려서부터 가정에서부터 존중받아야 밖에서도 존중받는다고 생각해서 절대 '매'를 때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아이들을 길렀다. 매를 때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말로 마음의 상처를 줬다. 그 후로 학업을 마치게 되자 진심을 담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놈의 '공부'가 뭐라고 미안한 줄 알면서도 그렇게 미안한 말을 했어야만 했는지 더 좋은 방법을 몰랐던 무지한 탓이었다. 어떤 말을 했었는지는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미안하다.


  오만일 수도 있는데 상당히 자신을 신뢰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뜻하지 않게 큰아이에게 미안한 행동을 했던 나를 떠올리게 되면서 부족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큰소리 칠 수 없다. 상대를 위한다는 미명 하에 마음에 상처를 주는 부주의를 범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나를 나무라면서 나를 바로 세우고는 했었다. 큰아이는 누구보다 건강하게 잘 자랐다. 고마운 일이다. 미안해할 만한 말을 하기도 했었지만 자타공인 내 인생의 99%라고 할만하게 온 정성을 다하여 길렀기에 후회는 없다.


  사노라면 오류 투성인 것만 같을 때도 있다. 그래도 또 살아내기 위해 나를 다독이곤 한다. 오늘도 나는 나를 응원한다. "으라차차, 김영미 파이팅!" 목청껏 응원하면서 또 달린다.


  나도 나를 과신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를 믿고 소신껏 잘 살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좋은 유전인자 덕분인지 학습에 의한 건지는 모르지만 인생 절반을 넘기고 있는 현재 나는 내가 마음에 든다. 살면서 '힘들지 않으면 그것이 인생이겠는가?!' 하는 아량과 배포도 있고, 생의 주기마다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살펴서 전심전력으로 집중하며 살았고, 내 마음 편한 게 제일이라는 생각으로 항상 나의 몸과 마음을 선한 쪽에 머무르게 했기에 나를 무턱대고 근거 없이 좋아한 건만은 아니다. 조각가가 영혼이 깃든 아름다운 조각상을 만들듯이 한 살 한 살 지내면서 나를 훌륭하게 만들어가는 게 인생이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계속 '내가 마음에 든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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