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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Nov 10. 2021

밖에서 보면 더 반가워하는 이유가 뭐였을까?

아이들

  "엄마, 엄마가 좋아하는 건 뭐예요?"

"너희가 행복해하는 걸 보면 그게 제일 좋아."

"그렇게 말하지 말고 진짜로요, 진짜로 말씀해보세요."

"진짜야."

큰애와의 대화다.

큰애는 자라면서 같은 말을 간간이 묻곤 했다.


  어느 날 시험을 끝내고 집에 와서는

"엄마, 엄마가 예쁘데요."

"뭐라고?"

"애들이 그러는데요, 엄마가 예쁘데요."

"진짜?"

"그래요, 진짜요."

"어떤 애들은 착해 보인다고도 했어요."

"사실은 제가 엄마에 대해 애들한테 마귀할멈 같다는 말을 했었나 봐요. 그래서 애들이 엄마가 어마어마하게 못생겼다고 생각했었나 봐요. 그런데 생각보다 못생기거나 이상하지 않았었나 보죠.^^"

"그래?"

학교를 처음 다녀오면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거의 비슷한 대화를 나눴었다.

그때는 시험이 있을 때 시험관으로 학부모가 참여했었다.

그때마다 큰애 친구들이 내가 엄마란 걸 알게 되어 우르르 몰려와서 봤었다.

별 뜻 없이 반갑게 인사하곤 했는데 그들은 확인하고 있는 중이었었나 보다.

우리 애말한 그 엄마가 맞는지.

친구들이 마귀할멈급의 엄마가 나타날 줄 알았는데 의외여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확인했나 보다.

또 우리 큰애가 친구들 앞에서 감 없이 엄마를 얘기하는 게 싫지가 않았다.

할 일 태산이고 사춘기 호르몬은 파도를 치고 뭐든 열심히 하고 있는데 더 잘하길 바라는 엄마의 시선이 좋았을 리가 없다. 그래서 엄청 싫었을 것이다. 싫은데 싫다고 얘기 못하는 그런 상황이 더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기꺼이 웃어넘길 수 있었고 뭐라고 말을 했던지 별 문제가 아니었다.

 학교에서 엄마를 만나면 얼굴이 환해지면서 온 몸이 기뻐했다.

그걸로 완전 충전 100%가 되곤 했으니 뭐가 문제였겠는가?

학교에서 엄마를 보면 큰애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은 셋 모두 세상없이 환한 얼굴로 엄마를 맞이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도 학교 행사가 있으면 참여했었다.

행사가 아니더라도 초등학교 다닐 땐 방학이 끝날 즈음에 그리고 매달 한 번씩 학부모가 교실 대청소를 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갔었다.

반 부모님들이 불참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나 혼자 청소를 할 때도 있었다.

학부모로서 딱 십 년을 초등학교엘 다니고 셋째가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얼마나 홀가분하던지?!

녹색어머니든, 다른 일로든 밖에서 만나면 아이들 셋 다 그렇게 반가워했었다.

지금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때의 그 환한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아이들이 좋아하면 그냥 행복했었다.

사랑하면 별도 달도 따다가 준다는 그 말은 꼭 연인들 사이에서만 하는 말이 아니다.

엄마가 되면 아이들에게 별도 달도 따줄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

그들에게 간혹 마귀할멈으로 비치더라도 걱정하지 않는다.

그들의 환한 얼굴이 "엄마, 사랑해요!" 그 말을 대신해주고도 남는다.

시도 때도 없이 "엄마도 사랑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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