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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Nov 16. 2021

선물은 마음이다.

선물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주고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냥 주기만 하거나 받기만 하는 것도 사랑은 사랑일 거다. 밤을 하얗게 밝히면서 읽었던 춘원 이광수의 '사랑'이란 책이 생각난다. 책을 읽은 지 사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석순옥과 안빈이란 주인공 이름이 생각날 정도로 감명 깊게 읽은 책인데 현실에서의 사랑이란 뭘까를 생각해보면 주고받는 거라고 밖에 말을 못 하다니? 다소 많이 삭막한 표현인 것 같다. 사랑의 시작은 설렘일 것 같다. 사랑은 설렘이라는 마음의 진동에서부터 시작되고 차차 발전되어가면서 무엇이든지 아낌없이 주고 싶어 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사랑인 것 같다.


  삶이란 반복의 연속이다. 그 반복 속에서 감정이란 파도가 일어나고 그 파도 속에서 스릴을 만끽하면서 행복해하거나 매몰되어 나락으로 떨어지던가 잔잔한 파도에서 순둥순둥 살아내거나 하는 게 삶일 거다. 그렇게 살아내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을 나누면서 살아간다. 날마다 소소하게 마음을 표현하다가 기념일이 되면 더 기뻐할 게 뭔가를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선물'이란 걸 전한다. 사랑한다는 백 마디 말보다 더 진하게 전하고 싶어서 그렇게 선물을 하게 된다.


  많은 생각 끝에 준비한 선물도 받는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모두 마음에 딱 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생각과는 다르게 대체로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가 더 많다. 참 어렵다. 결혼 전에는 척추, 좌골이 눈에 보이게 안 좋은 엄마께 계속 그 부분이 좋아질 수 있는 한약을 지어드렸었다. 그리고 명절이나 생신에 엄마 옷을 선물하곤 했다. 그런데 엄마는 자식들이 사드린 옷을 한 번도 흡족해하시지 않았다. 엄마의 속마음을 잘 알아차리기가 힘들었다. '안 좋다.'의 속 뜻을 읽을 수가 없었다. 자식들을 걱정하면서 속마음을 표현 못하시는 건지 정말 의중을 몰랐다. '좋다, 고맙다. 그런데 걱정된다.'의 의미인지 진짜로 '안 좋다.'인지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반복되는 싫다는 표현 때문에 자식들은 점점 선물하는 걸 어렵게 생각하거나 포기했었다.


  그런데 결혼하여 내 남편이 딱 우리 엄마와 같았다. 아이들이 대학을 다닌 후로는 제법 값나가는 선물을 아빠에게 했다. 그때마다 "다음부터는 절대 하지 마라." 이렇게 말했다. 그냥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옆에서 듣는 내가 속상했다. 그런데 큰애가 엄마 생일이라고 정말 부담스러웠을 선물을 했다. 집에서 컴퓨터는 번거로워서 블릿을 사용하는데 둘째 고등학교 입학 선물이었는데 셋다 대학 입학하자 각자의 노트북을 쓰게 되니까 그 태블릿을 내가 사용하게 되었었다. 그게 오래되어 늙은 태를 내기 시작했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새 걸 사준 거였다. 마음 써준 건 고마웠는데 헌 것도 그럭저럭 쓸 수 있는데 좀 과소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도 "고맙다. 잘 쓰겠다." 이렇게 말했다. 우리 엄마와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난 절대 우리 아이들이 선물을 주면 "고맙다."라고 말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우리 엄마와 남편은 워낙 60년대 어머니 상이라서 본인보다 상대를 늘 걱정해서 본인을 생각하는 마음을 기쁜 마음으로 받지를 못한다. 그런데 난 다르게 생각한다. 정 걱정이 되면 은근히 별 티 안 나게 상대를 생각해주면 해결될 일이고 나를 위해 주는 마음은 기쁘게 그리고 고맙게 받는 게 선물을 준비한 사람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뭐가 필요할까?' 관심을 갖게 되고, '싫어하면 어쩔까?' 걱정하게 되고, '기뻐하시겠지?'기대를 하였을 그 마음을 헤아려서 "고맙다."라고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선물은 "당신을 사랑합니다."의 다른 언어다. 선물은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따뜻하게 살 수 있게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대신 서로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온전히 기뻐할 수 있다. 선물은 서로의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준다. 선물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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