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 가?”
쉬는 날이면 쉬기 전날부터 어김없이 귀염둥이 녀석들은 밖에 나가자고 아우성이다.
“우리 귀염둥이들 어디 가고 싶어?”
“키즈카페도 가고 싶고, 여행집도 가고 싶고, 캠핑도 가고 싶고, 워터파크도 가고 싶고, 놀이터도 가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 아직도 갈 곳을 못 정한 것 같다. 아직 말을 못 하는 막내둥이는 언니들이 외출준비로 옷을 입고 있으면 밖에 나간다는 것을 아는지, 자기도 밖에 나가겠다고 신발부터 신고 현관문 앞에 서서 문을 열어 달라고 보챈다. 휴일 날 집에서 푹 쉬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의 마음을 몰라주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보기도 하지만 아내는 미리미리 갈 곳을 생각해 놓지 않았다고 타박을 하고 쌓여가는 카드 값도 걱정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뒤늦게나마 핸드폰을 뒤적이며 주말에 가족과 함께 가기 좋은 곳을 여기저기 검색해 보는데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편히 쉬고 싶은데 그렇게 못한다는 생각에 왠지 억울한 마음도 든다. 요즘엔 왜 그렇게 쉬는 날엔 그냥 누워서 TV에서 하는 ‘나는 자연인이다.’ 보는 게 재밌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이내 아내가 정해 놓은 코스로 길을 나선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유치원에 가면 주말에 한 일을 말하는 시간이 있는데 큰 아이는 밖에 나가기도 전부터 주말에 한일에 대해서 말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설레어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이런 시간들을 잘 준비해서 아이들과 함께 잘 놀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차 안에서 내내 태블릿만 보고 있어 살짝 기분이 상해지려고 하면 눈치가 빠른 둘째가 아빠 기분이 상해하는 걸 아는지 노래도 부르고 방금 태블릿에서 보았던 뮤지컬 신데렐라의 계모 성대모사도 해준다. 밖에 예쁜 꽃이 피었다고 예쁘다고 말하기도 하고, 하늘에 구름이 솜사탕을 보고 구름빵이 있다고 말해주다가 이내 피곤했는지 새근새근 잠이 들어 버린다.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와 함께 차 타고 놀러 갔던 이 시간 이 순간순간의 기억들이 어떤 추억으로 남게 될지 너무나 궁금해진다.
최근에 환절기라 그런지 부쩍 부고소식이 많아 장례식장 갈 일이 많았다.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하고 상주석에서 슬픔에 잠긴 직장 동료 분의 모습을 보고 밥을 먹으면서 문득 든 생각은 언젠가 먼 훗날이 되겠지만 언젠가 우리 귀염둥이 녀석들과 이별하는 날이 올 텐데 지금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들 소중한 추억을 많을 간직하고 있어야겠다. 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야 아이들도 부모도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상주가 된 직장 동료 분께서 아마도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고인 된 아버지에게 그렇게 물어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 한 구석 헛헛함이 들었다.
“아빠, 어디 가?”
“왜 벌써 가세요?”
“우리랑 조금 더 있다가 천천히 가셔도 되는데...”
“우리 어릴 때, 엄마랑 아빠랑 워터파크 갔던 거, 키즈카페 가서 놀았던 거..., 여행집 가서 놀았던 거... 기억하시죠?”
“아빠, 우리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세요. 안녕히 가세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