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를 누린다는 것
그분은
올해 90세이시다
가끔 작은 딸이 와서
요양병원
입원하려다
결핵이라
못 갔다고 했고
집안에서 넘어져
혹이 났다고 하며
길게도 끈다고
말하는데
짜증이 배어있다
처음 할머니를
만났을 때
벙어리장갑을
끼고 있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몰랐는데
할머니는
열손가락이 다 없었다
나중에 여쭤보니
돌잔치하느라
어른들이 바쁠 때
화로에 손을 넣어
그렇게 됐다고 하셨다
1930년대
시골에서는
병원은커녕
인명은 재천이라며
아기를 방윗목에
두었단다
생명줄이 길어
일주일 만에
살아났단다
그런데
그 손으로 결혼해
사 남매를 키워내고
몇 년 전까지
사위에게
고들빼기김치를
담아줬다
큰딸은 강원도 살고
결혼 안 한 작은 딸은
서울 사는데
성정이
차갑다고 했다
막내딸은
12살 어린 남자랑
결혼했단다
할머니가 예뻐서
딸도 예뻤다
할머니는
평생 장애인으로
도움을 받아서인지
남에게 잘하려
노력하셨다
정부에서
받는 돈으로
자식들 김치랑
반찬 해주고
손녀용돈 주고
막내 사위가
병원 데려다주면
차비 주고 한단다
80세가 지나면서
심장박동기를 달고
폐 간 콩팥이
다 안 좋다고 하셨다
가끔 보는
자식들의 태도에
할말하않이다
왜 자기 부모를
노인네라고 하며
같이 살지도 않고
가끔 오면서
짜증을 부리는지
모르겠다
우리 모두
결국은 노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