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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Aug 10. 2021

슬기로운 자가 격리 생활

쓰레기와의 전쟁

2주간의 시간아무 데도 못 가고 집 안에서 지낸다는 것은 정말 힘들지만, 그래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집에서 그간 못했던 일들을 찾아서 하거나 취미활동을 하면 그래도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외국 여행을 마치고 온 경우에는 시차에 적응하는 기간이 있기 때문에, 일단 여행 전의 루틴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시차에 적응하는데 일주일, 여행 전의 수면시간을 완전히 회복하는 데는 일주일 이상이 걸렸다. 전날 수면을 충분히 취했을  피로감이 덜해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짜증 또한 덜 하다.


자가격리 중에 필요한 음식은 로켓 배송으로 주문하거나 홈쇼핑으로 구매했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 정도는 배달을 시키기도 했다. 음식은 돈만 있으면 어디서든 구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다. 음식물이 담겨 있던 봉투나 컨테이너 등은 분리 수거함에 따로 보관하면 되지만, 음식물 쓰레기 자체가 정말 골치 아프다. 쓰레기를 2주 동안 버릴 수 없다는 것은 1. 스스로 음식물 쓰레기통이 되거나 2. 음식물 쓰레기가 상하지 않게 보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결국 선택한 것은 음식물 쓰레기를 냉동실에 보관하는 방법이었다. 이 음식물 쓰레기는 여행을 가기 전부터 심각하게 고민하던 부분이다.


음식물 쓰레기야 냉동실에 보관하는 걸로 일단 해결을 봤지만 재활용 쓰레기 양도 만만치가 않다. 깨끗이 씻은 재활용 쓰레기는 문 앞에 보관했다. 펜트 하우스라 옆집이 없다 보니 현관에 이르는 입구도 넓고, 달리 불평할 이웃도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도 미관상 좋지 않아 찝찝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배달받은 물건의 상자들이며, 매일 나오는 생수병이며 온갖 재활용 쓰레기들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문 앞에 이르기까지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하지만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은 일반쓰레기다. 냉동실에 둘 수도 문 앞에 둘 수도 없으니, 결국 집 안에 둬야 했다. 그나마 기온이 그다지 높지 않은 날에는 창문을 모두 열어 환기라도 시킬 수 있지만 밤낮으로 기온이 높은 날은 에어컨 가동을 위해 창문을 다 닫아야 하니 집 안의 공기가 좋을 리가 없다. 격리기간 중 세 번의 코로나 테스트를 받아야 하고, 그중의 두 번은 집에 있는 동안 받았기 때문에, 두 번은 검사를 받기 위해 주거지를 떠나야 했지만 그때도 원칙적으로 쓰레기장에 가서 쓰레기를 버릴 수 없다고 들었다.


앞으로 세 시간 후면 자가격리가 끝나고 나는 마침내 냉동실 속의 음식물 쓰레기, 문 앞에 쌓인 재활용 쓰레기, 그리고 집안에 둔 일반 쓰레기와 모두 이별할 수 있다. 악법도 법이라고 격리기간 동안 아무 데도 갈 수 없고 아무도 만날 수 없으니 쓰레기와 동거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정말 이 방법밖에 없을까?'라는 의문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다. 혹시라도 감염이 되었을지 몰라서 입국자들을 격리시키는 것 충분히 이해가 간다. 몇 번의 추가 검사로 감염자가 아님을 확실히 하는 것까지도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이 더운 여름에 쓰레기를 2주간 버릴 수 없다는 것은 너무 비위생적이고 비인간적인 처사가 아닌가 싶다. 이런 비위생적인 관행으로는 안 아픈 사람도 병에 걸리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슬기로운 자가격리를 위해서는 자가격리 기간 동안 쓰레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 사람들은 격리 기간에 가끔 와서 쓰레기 버리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면 될지도 모른다. 딱히 쓰레기 처리를 도와줄 사람이 없는 나로선 입국 후 15일 되는 자정에 자가격리 기간이 종료되면 마침내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 자정이 지나면 대부분의 시간은 자발적 자가격리를 지속할 테지만 앞으로 쓰레기 없는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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