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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Jan 09. 2022

겨울에도 꽃은 핀다

이번 겨울 들어 벌써 세 번째 겪는 일이지만 매번 신기하고 경이롭다. 한 겨울에 갑작스럽게 꽃을 본다는 것은 따뜻한 곳에서 눈을 보는 것만큼이나 반갑고 기쁘다. 개인적으로는 내리는 눈을 보는 것은 좋지만,  쌓인 눈 위를 걷는 것이 그리 기쁘진 않다. (너무도 현실적으로 변해버린 탓이겠지.)


이번 겨울 처음 만난 것은 국화꽃이다. 화분에 반반 옮겨 심어둔 보라색 국화와 노란색 국화가 거실에서 국화 화분에 꼭 거미줄을  친 것처럼 뿌예지길래 안방 베란다로 옮겨 두었다. 주기적으로 물을 주고 매일 환기를 시키길 반복한 끝에, 국화가 피기에는 간 늦은 감이 있는 십이월 중순경에 꽃이 몇 송이 피기 시작하더니 이제 화분 가득 피었다.


두 번째로 꽃을 발견한 것은 덩굴 식물에서였는데, 지지목이 너무 짧아 덩굴이 올라가다 성장을 멈췄을 때쯤 중간에 꽃이 두 송이 열렸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은 꽃들이 시들고 있다. 핀 꽃이 지는 것 또한 자연의 이치니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 희번덕거리는 속 머리를 마주할 때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가장 최근 유자나무에서 난 아주 작은 꽃을 보았다. 언제 핀 것일까? 작은 나무에 생긴 작은 흰 꽃이 우리 부부의 눈에 띄기 쉽지 않았으리라. 큰 나무들이야 매일 다가가 자세히 살피지만, 작은 식물들은 물 줄 때나 되어야 자세히 들여다본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꽃들도 나름 예쁘고 신기하다.

겨울에 핀 꽃들을 보면 꼭 누군가가 나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

기적은 항상 일어나고 있고, 세상은 살아볼 만하다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면 때가 되면 결실을 맺는다고. 가장 추운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핀다고.    

이번 겨울은 유독 힘들다. 벌써 병원을 몇 번씩 오갔고, 다시 병원을 몇 번씩 오가야 한다. 신체는 늙고 병든다. 피었다 지는 꽃처럼. 식물에게 태양과 물과 바람을 주면서 보살피듯, 우리 몸도 영양과 수면과 휴식을 주며 돌봐야 한다. 그리고 꼭 식물이 그렇듯 우리 몸에도 태양과 물과 신선한 공기가 필요하다.


어제는 한겨울에 수영복을 입고 거실 창가에 놓인 커피 테이블에 앉아 일광욕을 했다. 전날 병원에서 피검사 결과를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비타민 D가 너무 부족하다고. 회사 건물 신축 후에 사무실이 바뀌고 창문이 없는 사무실 공간에서 햇볕 한 줄 받지 못하며 종일을 일한 지 벌써 3년 6개월가량 되었다. 특히 겨울에는 해뜨기 전에 출근해서 해가 질 무렵에 퇴근을 하니 종일 해를 볼 일이 없다. 게다가 종합 비타민도 챙겨 먹지 않고, 유제품도 평소에 그리 즐겨 먹지 않는다. 친정 엄마는 생전에 골다공증 약을 드신 것으로 알고 있다. 내 몸은 유전적 환경적 그리고 영양학적 관점으로 볼 때 총체적 난국이다.


한겨울에 핀 용감한 꽃처럼 나에게도 건강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건강하게 식사하고, 필요한 약을 챙겨 먹으며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칠 때이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살고자 한다. 식물은 혹독한 추위와 어둠을 견디고, 모진 바람을 이겨내고, 잎을 떨구어 내며 몸의 수분을 저장한다. 한 발짝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도 저토록 최선을 다해 꽃을 피워내는데 나라고 못하겠는가! 나의 겨울도 꽃을 피우기 위해 부단히 몸부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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