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내는 것조차 겁내야 하는 미친 자기계발 시장
'생각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우주의 진리다.'
'긍정하면 긍정이 온다.'
수십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들,
그리고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성장’ 코칭 속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다.
나도 믿었다.
끌어당김, 감사일기, 확언, 명상,
주파수, 무의식 재프로그래밍…
그 모든 말들이 나를 절망에서 구원해 줄 거라고.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내 고통조차 표현할 수 없게 되었다.
불안하면 안 됐다.
슬퍼하면 안 됐다.
심지어 실패를 ‘느끼는 것’조차 두려워졌다.
왜냐고?
'지금 느끼는 그 감정이 너의 미래를 만든다.'
'지금의 생각이 내일의 현실을 끌어당긴다.'
이 논리는, 실패한 나에게 완벽한 족쇄가 되었다.
나는 슬퍼도 안 됐고, 무서워도 안 됐다.
지옥을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감사합니다'를 외쳐야 했다.
그때부터 지옥은 현실이 아니라,
내 안의 감정 자체가 되었다.
많은 강사들이 말한다.
'너는 의식 성장을 안 해서 그런 거야.'
'너는 아직도 부족한 나로 머물러 있잖아.'
'너의 믿음이 너의 현실을 만든 거야.'
그래, 이게 지금 대한민국의 자기계발 시장이다.
수천만 원짜리 코칭을 팔고,
‘아직도 그 돈이 아깝냐’며 의식이 낮은 사람으로 몰아간다.
비판하면, 깨어나지 못한 사람 취급을 한다.
'네가 안 되는 건 네가 의심해서야.'
'결국 너 자신이 널 가로막은 거야.'
그래,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그래서 나는 더 입을 다물게 되었다.
망했다고 말할 수 없었고,
힘들다고 외칠 수도 없었다.
나는 말 그대로, ‘감정 표현조차
허락받지 못한 채 망해간 사람’이었다.
자기계발 시장은 '더 나아지고 싶은 사람'을 착취한다.
그들은 말한다.
'당신은 지금 이대로면 안 됩니다.'
'이걸 하면 1년 뒤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제 시스템은 다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결제한다.
심지어 기적을 믿게 된다.
5만 원을 쓰레기통에 버리라고도 한다.
돈에 대한 무의식을 깨운다는 명목이다.
12주 과정이 더 필요하단다.
지금까지 안 된 건,
‘과정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왜 아무리 책을 읽고 강의를 들어도 우리는 제자리일까?
문제는 정보가 아니라, 실행이다.
문제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행동이다.
나는 실행하지 않았다.
그게 전부였다.
어느 날, 나는 깨달았다.
진짜 성장의 출발점은 무조건적인 긍정이 아니라,
'나는 지금 괴롭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걸.
감정을 무시한 성장에는 뿌리가 없다.
슬픔을 부정한 성공에는 바닥이 없다.
지금 울고 싶은데, 웃어야 한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상품이다.
이제 와서 보니,
무의식을 꺼내라는 말도,
12주 플랜도,
원하는 것을 상상하라는 말도,
이미 가진 것처럼 행동하라는 말도,
모두 묘하게 그럴듯했다.
그리고 이 말이 진짜 위험했다.
'생각을 하면 행동하게 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생각을 아무리 해도,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나는 묻는다.
지금 당신은 몇 번째 강의인가?
몇 번째 콘텐츠 소비 중인가?
몇 번째 플랜을 짜고 있는가?
그 사이, 실제로 뭘 해봤는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는가?
상품 하나 등록했는가?
콘텐츠 하나 만들었는가?
글 하나 써봤는가?
아니면 또다시,
다음 단계에 진입하기 위한 ‘수업’을 듣고 있는가?
자기계발 시장의 대부분은 ‘생각’과 ‘감정’만을 키운다.
하지만 그 둘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당신이 원하는 삶은
‘생각한 삶’이 아니라 ‘살아낸 삶’이어야 한다.
그럴듯한 프레임을 다 깨부숴라.
긍정 확언보다 중요한 건,
오늘 한 시간의 실행이다.
감사일기 보다 강력한 건,
진솔한 하루의 기록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생각하며 실행하고, 실행하며 다시 생각하라.'
복잡하게 쪼개고 분석하고 명상할 시간에,
그냥 뛰어들어라.
실시간으로 부딪히고, 넘어지고, 수정하고, 다시 가라.
이게 바로 살아 있는 사람의 방식이다.
두려움조차 두려워해야 하는
이 미친 자기계발 시장의 논리 속에서,
감정을 감추고 두려움을 억누르고
절망을 외면하다 보면 진짜 자신이 사라진다.
그러니 제발, 겁내는 것조차
겁내는 상태에 빠지지 마라.
감정은 신호다.
두려움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고통은 나를 지키기 위한 경고다.
겁내는 것도 살아 있다는 증거다.
죽은 마음은 두려움조차 느끼지 못한다.
당신이 살아 있고, 생존이 가능하다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
그걸 외면한 채 ‘빛과 긍정’만을 쫓다가
나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게 되었다.
당신은 살아 있다.
그러니까 겁내도 된다.
그리고 지금,
그 두려움을 안고 작게라도 실행하라.
실행 없는 생각은 환상일 뿐이다.
실행 위의 성찰만이 진짜 성장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