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불태운 여름날, 등 뒤로 울다

우리가 슬픔을 삼키는 법

by 글곱

해가 머리 위에 매달리다 서쪽으로 떨어질 때 즈음

온 도시를 눌러대는 한여름의 열기가 잠시 가라앉는다.


한 남자가 묵묵하고 담담하게 공원을 돈다.
누군가는 운동이라 말할 것이고, 누군가는 다이어트라 생각할 테지만
그 누구도 속 사정을 알지 못한다.


이 더운 날 굳이 달려야 하는 이유를..
숨이 턱까지 차올라 호흡은 점점 가파오고
덜컥거리는 심장을 억지로 달래면서도
그는 쉬지 않고 계속 달린다.


ChatGPT Image 2025년 7월 27일 오후 08_33_05.png


눈빛조차 감춰버린 그늘진 얼굴은
무언가 오래된 슬픔을 꼭꼭 눌러 담고 있었다.


살아가야 하는 내일이

떠나보낸 연인의 그리움이
가족이라는 이유의 무게가 우리들도 있지 않던가.

"괜찮다"는 말로 버텨야 했던

날들이 등 뒤로, 땀처럼 흘러내렸다.

소금기 짙은 땀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
허리께쯤에서 옷을 적신다.


그 짠내는 익숙하다.
마치 오래전 혼자 삼킨 눈물의 맛과 닮아 있다.
뜨겁고, 짭짤하고, 어딘가 아릿한.


그는 울지 않는다.
다만 들썩이는 어깨,
숨을 삼키듯 떨리는 뒷모습이
그가 우는 중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들은 그렇게 운다.

정면이 아니라, 뒷모습으로.
눈물이 아니라, 땀방울로.
누구의 위로도 없이,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간다



달리기를 멈춘 그는 천천히 숨을 고른다.

땅에 그림자처럼 눌러앉은 자신의 모습이
조금은 낯설다.
그러나 오늘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뛴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기 위해,
자신조차 잊지 않기 위해,
등 뒤로 우는 날을 이겨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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