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여백을 채우다.
용산역 플랫폼,
남행 기차를 탄다.
날 선 겨울바람이
플랫폼 위로 성큼 올라 손목 소매틈을 파고든다.
침묵의 두께에 가득히 담긴
내 무표정한 얼굴과 몸을 이내 녹여보고자
승강장에서 통통거리며 뛰고 있다.
과자와 초콜릿 대신
가방에 책 몇 권 담아
배보다는 머리를 채우고자 다짐한다.
시간의 떨림 속
뜨겁게 달궜던 열정들이 새어나가는
아쉬움이 무척 크다.
'그래.. 얼마 남지 않은 올해
따듯한 햇살이 부서지는 남행을 가자.
적어도 이곳보다는 7도는 따듯하겠지
적어도 가져온 책 반권은 읽겠지'
긍정의 도파민과 함께
무엇인가 남기고 싶은
뜨거움이 아득히 밀려온다.
조금이나마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
달력 한 장 남기고
멀리서 다가오는 남행 기차에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