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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가영 Aug 04. 2024

<언제나 책봄> '신에 맞선 12인'

알렉산드로스 대왕

최초의 모험가는 성가신 사람이었다. 그는 한밤중에 들리는 소리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부족 밖으로 나가면서 빗장을 열어 공동체를 위험에 노출시켰다. 그 모험가는 그런 행동을 했을 때 그의 어머니, 아내, 그리고 부족 노인들의 거센 반대를 무릅썼을 것이다. 그러나 매머드가 죽어 있는 곳을 알아내어 부족이 천 년 동안 무기로 사용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상아를 발견한 이도 바로 그 모험가였다.   

윌리엄 볼리토의 '신에 맞선 12인' 프롤로그 중에서  


작가는 '신에 맞선 12인'에서 알렉산드로 대왕을 시작으로 카사노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무함마드.... 우드로 윌슨까지 인간의 한계를 넘어 전설이 된 12인의 삶을 소개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험적인 삶을 불꽃처럼 피우다 생애를 마감한다. 그중 오늘 소개할 인물은 기원전 356년에서 323년까지 재위 13년 중 10년 간 원정하며 33세에 세상을 떠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다.


모험적인 정복 전쟁을 일삼으며 생을 불태우다 이른 나이에 인생을 마감할 것인가?

지극히 평범하게 그럭저럭 하루하루를 살다 남들이 말하는 평균 나이에 삶을 마감할 것인가?

전자와 후자 중 어느 것이 딱히 옳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역사는 새로운 원정과 탐사를 반복하며 숱한 살육을 일삼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길이 기억하고 있다.


한 때 자신을 신이라고 믿었던 왕. 그의 행보를 따라가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소년은 페르시아를 정복하기 전부터, 어쩌면 그 정복을 생각하기 전부터 자신을 신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인 올림피아스는 화려한 밀교 의식을 행하는 여왕이었고, 그의 스승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성경 예레미야서를 읽고 있는 요즘,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일대기를 요약한 책을 읽으며 신 앞에서 자만한 자의 말로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집트와 페르시아, 인도 북서부를 정복해 대제국을 이룩한 군주 알렉산드로스 대왕.

그가 정복한 광활한 영토는 세계 역사상 가장 눈에 띄는 것이지만, 그의 야만적인 정복 의지로 빼앗은 수많은 사람들의 평화와 안정은 어쩌란 말인가?


알렉산드로스 대왕 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그가 그의 생명의 은인인 부하 클레이토스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장면이었다.

자신이 세계 최고라는 자만심은 그의 목숨을 구한 오랜 친구마저도 죽게 만들었다.


신의 아들이신 대왕을 스피트리다테스의 창으로부터 구한 사람은 바로 그 비겁한 마케도니아인인 저였습니다. 선왕이신 필리포스 왕을 저버리고 아무 신의 아들이 되신 것도 결국 모두 마케도니아인들이 흘린 피 덕분임을 잊지 마십시오.

바른 얘기에도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렇지 않을 거라며 앞으로는 연회에 자유인을 초대하지 말고 그저 듣기 좋은 말만 하는 노예들만 초대하십시오

권력자, 소위말해 힘 있는 자  주변에는 감언이설로 눈과 귀를 막는 주변인들이 들끓는다. 분명 문제가 있는데도 현실을 직시해 상황을 보고하기 보다는 권력자 입맛에 맞는 맞춤형 답안으로 환심을 사고 있는 족속들 말이다.

나의 경우 과거에 태어났다면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찢어 죽임을 당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스쳤다. 직업병이 아직 몸에 배어서 그런지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편인데, 지금은 예전만큼 나의 목소리를 솔직하게 낼 수 없는 상황을 자주 맞닥뜨린다. 가끔은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속에서 열불이 나 죽을 것 같은 때가 있다. 따지고 보면 내가 옳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직장 내 속마음을 얘기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점이다. 이해가 가지 않아 열이 뻗치는 순간 "이건 정말 아니지 않아요? 안 그래요?" 하고 톤을 높이면 "진정해요. 진정해. 어쩔 수 없는 부분까지 열 뻗칠 거 없잖아" 하며 평정심 가득한 목소리를 나를 달랜다.


속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속 마음을 죄다 끄집어 냈다가는 공격의 대상이 되거나 낙인 효과로 코너에 몰릴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과의 관계를 깊이 유지하기보다는 적당한 선 긋기가 나도 모르게 몸에 배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위기의 순간을 맞았을 때 정면 돌파를 할 것인가?

아니면 위기를 모면해 시대의 기류를 탈 것인가? 묻는다면 난 전자를 택할 것이다.


찌는듯한 더위 속에 활화산 같은 삶을 살다 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삶을 떠올려보다.

'괜히 열받지 말자. 아무리 위대한 위인인지라도 앞에선 한낱 미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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