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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Nov 24. 2023

耳順, 그리고 심리상담

꿈에

11월 22일  맥주를 한잔하고 잔 날.      


제주에서 처음 마시는 맥주입니다. 그동안 이게 뭐라고 그렇게 마셨는지.... 아마 맥주를 먹었다기보다는, 말문을 막는 무언가에 대한 반항이었지 싶습니다. (저항, 대항에서 반항으로 결정)     


꿈에선 제가 공중에 떠 있는 어딘가로 엘리베이터 혹은 무슨 큐브 같은 것을 타고 올라가서 공중에 있는 시설물 혹은 거대한 큐브로 갑니다. 그곳의 남편과 저와의 Sex를 위해 여러 시종들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부인도 성스러운 준비를 하듯 저를 맞이합니다. 그곳의 남자는 이국적인 외모입니다.(저의 남편이 아닙니다. 꼭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습니다.) 식탁에는 부부와 저 그리고 초등학생 정도로 여겨지는 두 여자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제 아이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시종들이 저희를 분주히 오가며 남자와 저의 합방을 준비합니다. 저를 보고 웃는 게, 비웃음이 아닌 부러움 혹은 존중하는 표정입니다. 모두 축제처럼 즐거워합니다. 그 남자와 Sex를 하진 않았지만, 저는 남자의 상대로 특별히 초대되었고, 환영을 받았고, 방으로 안내되었습니다.      


11월 24일  너는 알고 있잖아.

 

어제저녁부터 바람이 붑니다. 제주의 바람은 유명하지요. 약을 먹고 잠이 들었는데, 바람과 어우러진 파도 소리에 깼습니다. 더 자려고 뒤척이다, 포기하고 책과 뜨개질을 했습니다. 2시간 정도 그렇게 하고 다시 침대로 돌아가 잠이 들었습니다.

     

저와 친구 몇몇이 결혼식에 초대받았습니다. 누구의 결혼식인지는 모르지만 꽤 친한 사람인 듯합니다. 결혼식장이 울산인가 부산이어서, 차로 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우리는 몇 가지 할 일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3시에 결혼식이니 11시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저희는 자꾸 이것도 저것도 하고 갈 수 있지 않을까? 이것도 저것도 하려면 어떡하면 될까?로 의견이 분분합니다.     


제 옆에 있던 어떤 친구 혹은 연장자 여성이 ‘너도 알잖아. 11시에 출발해야 하는 거. 그런데 왜 자꾸 아니라고 하는 건데? 다른 일을 하면 늦는다는 것 너는 알고 있잖아!’ 이렇게 현타가 오는 충고를 합니다. (저에게만 했습니다. 혹은 저만 알아들었습니다.) 맞아요. 11시에 출발해야 해야 해요. 그런데 저와 친구들은 왜 자꾸 다른 일을 하고 가도 된다고 생각하지? 분명 그리하면 늦는데....      


친구 **는 영화를 예약하고 파란 1톤 트럭을 타고 갑니다. ^^는 다른 영화를 따로 예매했다고 합니다. 저는 영화는 포기하였지만, 결혼식에 참석하기 전에 다른 건 몰라도 꼭 한 가지 일은 하고 가야합니다. 그건 씨? 혹은 종균 비슷한 무엇인가를 심는 일입니다. 땅 밑에는 아름드리나무 밑동이 있습니다. 어른이 들어가 누울 수 있을 정도로 큰 나무입니다. 이것의 속을 파내고 제가 큰 함지박 같은 것에 심은 것을 그 아름드리나무에 놓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나무속은 파내기 쉬웠고, 저는 그 함지박을 아름드리나무 가운데 올려놓았습니다.      


물을 주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과 출발해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겹치며 저는 결혼식에 가기 위해 출발합니다. 가면서 생각합니다. 비가 온다면, 지붕처럼 아름드리나무를 덮고 있는 땅에 빗물이 스며들고, 내가 심은 것에도 물이 닿을 거야. 그럼 잘 자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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