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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Sep 16. 2024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①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김현아, 창비, 2023)

②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하미나, 동아시아, 2021)      


우연히 두 책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정신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이야기지만, ①은 정신질환을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한 뇌신경 이상으로 여기며 치료하는 과정이라면, ②에서는 이를 유전, 뇌신경 이상을 넘어 사회, 문화적 산물로 바라보며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싣었다.     


①은 10대 후반부터 증상을 보인 딸에 대한 절망과 회한 그리고 치료의 기록이다. 부부가 의사인 가정에서, ‘내 아이가 왜?’라며 시작한 투병의 여정은 7년째 접어들며 ‘그래 오늘도 괜찮았네.’로 변한다. ‘안나가 아픈 후 나는 항상 오늘이 너무 소중했다. 응급실을 가지 않고, 자해를 하지 않고, 밝은 목소리로 나와 연락이 닿은 아이의 지금이 내게는 가장 소중했다.’(본문 p241)      


의사 엄마의 기록인 ①은 정신질환의 특성상 진단과 이에 따른 적절한 약을 처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환자가 약을 먹어가며 조절하고 재진단하는 상황이 빈번한 순탄치 않은 치료과정을 세세히 그린다. 치료 중 자해로 인해 응급실에 가기도 하고 재입원도 하지만, 환자의 삶은 지속되고 어떤 질병이든 완치는 없듯이 정신질환 역시 그러하므로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자들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의 벽을 허물고, 너무 늦지 않게 더불어 사는 태도를 취해야 함을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왜? 이미 현대인의 정신적 문제는 몇몇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으로, 저자는 '우리는 모두 정신질환자이다.'라며 마지막 챕터를 마무리한다.


②의 부제는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으로, 저자는 우울증 관련 연구,  31명의 20 -30대 여성 과의 인터뷰.  그리고 당사자인 저자의 경험으로 글을 구성했다.(프롤로그 p5) 저자를 비롯한 이들은 스스로 이상을 감지하고 제 발로 병원을 찾아가 진단을 받지만, ‘조울증’이라는 진단명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서 스스로 다시 이야기를 쓰기로 한다.(본문 p47)  


1부. 나의 고통에도 이름이 있나요? 에서는 원인 모를 통증과 과도한 여성 호르몬 탓 그리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엄살’로 치부되는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며, 병명을 얻기 위한 노력과 다양한 병명을 진단받은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하지만 이들은 온전히 자신의 언어로 말한다. 의사와 상담사를 포함한 누구에게도 해석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다.(프롤로그 p6)


2부. 죽거나 우울하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에서는 다양한 정신적 고통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짚어 본다. 이 범주엔 가족, 연예 그리고 사회가 있다.      


3부. 이야기의 결말을 바꿀 수 있다면? 에서는 자살에 대한 사유와 함께 사회적 타살로서의 자살과 결말을 바꾸기 위한 노력으로의 돌봄 그리고 회복에 대한 이야기이다. 돌봄의 주체인 환자가 회복으로 가는 길로 들어서는 여정을 한 인터뷰이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를 진단하거나 연구하는 사람보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알아주고 세상에 전해주는 사람이 필요했어요,’(에필로그 p313)     


나는 ②를 읽으며 ①의 안나를 떠올린다. 안나처럼 가족의 보호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②에서 처럼 당사자의 목소리를 내고 연대하는 삶이 있다면 어떨까? 그래서인지 ①과 ②는 다른 길에 서서 같은 고민을 하는 책이다. 연결해서 읽으면 독자의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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