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나 시간의 변동은 존재하지만, 매년 7월 31일 오후 6시(동부시간(ET) 기준)는 미국프로야구(MLB)의 트레이드 마감시한입니다. 올해도 마감시한 직전에 불꽃 튀는 트레이드가 행해졌습니다. 그 와중에 SK와이번스에서 뛰다가 역수출의 신화를 썼던 메릴 켈리가 텍사스 레인저스로 트레이드가 된 것이 이채로웠습니다. 그런데 이 MLB트레이드는 대원칙이 있습니다. 유망주와 즉전감을 바꾸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가을야구를 준비하는 컨텐더팀들은 유망주로 즉전감을 데려오고, 시즌을 포기한 리빌딩팀들은 유망주를 받아옵니다. 비록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켈리는 매년 10승 이상을 했던 A급 피처이므로 당연히 즉전감이며, 켈리의 소속팀 아리조나 디백스는 유망주를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습니다.
○남궁민의 열연이 인상적이었던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는 바로 이 트레이드문법에 대한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트레이드문법이 KBO나 MLB나 대동소이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두 즉전감과 유망주 간의 트레이드가 대원칙이고 팀 내부의 화합 등의 문제, 선수의 인성 문제 등도 고려의 요소라는 점이 흥미진진했습니다. 실은 ‘스토브리그’의 흥행 요소가 이런 리얼리티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인간은 평등할 수도 있어도 선수는 평등하지 않다.’라는 명제입니다. 선수들의 상품가치는 실력과 외모, 성격, 그리고 나이가 좌우합니다. 프로스포츠선수에 한정할 것은 아닙니다. 실은 인간은 법 앞에서는 평등할 수 있지만, 실력 앞에서는 평등하지 않습니다. 프로스포츠만 그런 것인가, 하면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스포츠는 어쩌면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합니다. 근로기준법을 필두로 노동법의 영역에서는 평등이라는 법률적 당위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프로스포츠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사업장 내에서 근로자들의 능력은 천양지차입니다. 그 이전에 직군에 따라 집단 간의 능력도 차이가 엄존합니다. 그래서 이를 평가하는 인사평가가 필수적입니다. 사업장 내에서의 자리가 한정되었는데, 모든 근로자에게 자리를 보장하면 그 사업장은 몰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전에 기업으로서는 비용의 낭비가 발생합니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조직인데, 그 효율성을 추구하다보면 고용안정이라는 가치는 훼손됩니다. 공직이라 하여 다를 바는 없습니다. 헌법이 천명한 공무원의 신분보장을 위하여 보직이 없는 세칭 ‘위성공무원’의 존재는 전형적인 세금의 낭비입니다. 이렇게 노동평등권에는 ‘당위’와 ‘현실’의 딜레마가 구조적으로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당위와 현실이 극명하게 부각되는 영역이 있으니 그것은 고령자 고용의 문제입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는 고령자에 대한 차별금지라는 당위를 규정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프로스포츠선수들의 그것처럼 고령자 채용을 기피합니다. 심지어 법률이라는 당위로 밥을 먹고 사는 변호사회나 공인노무사회의 직원들도 대부분 비고령자입니다. 그들 스스로 고령자는 경제학상 열등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입니다. 고령자가 재취업하는 경우는 대부분 기득권이 박탈됩니다(고령자고용법 제21조). 말하자면, 고령자의 고용을 촉진하는 당위를 담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자체가 고령자는 열등재이므로, 근로조건을 포기할 수 있음을 규정하는 것입니다. 마치 시장에서 상처가 난 과일을 싸게 파는 것과 유사합니다.
○당위는 이렇게 말합니다. ; 노인도 사람이므로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바로 반박합니다. ; 기왕이면 다홍치마이며, 기왕이면 젊은 사람을 쓰고 싶다. 여기에서 기업의 입장은 들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당연히 후자이기 때문입니다. 헌법에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최고의 당위라고 천명합니다. 그러나 결혼시장에서 유능한 남자들은 대부분 젊고 예쁜 여성을 신부로 원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프로스포츠시장, 결혼시장과 노동시장이 다를 리가 만무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기업은 당위와 현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령자는 늙는 것이 서럽다는 현실에서 고통을 받습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4조의4(모집ㆍ채용 등에서의 연령차별 금지) ①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모집ㆍ채용
2.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
3. 교육ㆍ훈련
4. 배치ㆍ전보ㆍ승진
5. 퇴직ㆍ해고
②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
제4조의5(차별금지의 예외)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4조의4에 따른 연령차별로 보지 아니한다.
1.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연령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
2. 근속기간의 차이를 고려하여 임금이나 임금 외의 금품과 복리후생에서 합리적인 차등을 두는 경우
3.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을 설정하는 경우
4.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ㆍ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
제21조(정년퇴직자의 재고용) ① 사업주는 정년에 도달한 사람이 그 사업장에 다시 취업하기를 희망할 때 그 직무수행 능력에 맞는 직종에 재고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사업주는 고령자인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할 때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근로기준법」 제34조에 따른 퇴직금과 같은 법 제60조에 따른 연차유급(年次有給) 휴가일수 계산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을 산정할 때 종전의 근로기간을 제외할 수 있으며 임금의 결정을 종전과 달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