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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부정

by 연우

저녁노을은 씁쓸했고,

저무는 태양은 서글펐다.


수평선 너머로 끝없이 외쳤다.

사랑하지 않겠노라고.


길가에 무지하게 피어 짓밟힌 잡초를,

그르렁거리는 길고양이의 작은 숨소리를,

시린 바람에 처량히 흩날리는 나뭇잎을,

굽은 등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노인의 뒷모습을,

억세져 갈라진 어머니의 굳은 세월을,

사랑하지 않겠노라 힘들이며 내뱉었다.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우스갯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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