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스테이크 몇 점에 와인 한 잔, 동네 횟집에서 활어회 몇 가지에 소주 한 잔, 동네 고깃집에서 돼지갈비 몇 점에 소맥 한 잔, 내가 이번 주에 식구들과 함께한 저녁이다.
이번 주에는 내 생일이 있다.
내 생일이 있는 이번 주를 우리 집에서는 '버스데이 위크(Birthday week)'라고 부른다.
우리 집에서는 일 년이면 몇 차례씩 우리들만의 축제가 치러진다. 가족 중 누군가의 생일이 있는 주간을 버스데이 위크라 선포(?)하고, 그 일주일 동안은 외부와의 약속을 피하고 식구들끼리의 식사시간을 갖는다. 대체로 일주일 동안 두세 번 정도의 가족 식사가 이루어진다. 가족 식사는 외식일 수도 특별식 집밥일 수 도 있다.
대단히 특별하고 비싼 음식을 먹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식당에서 지나치지 않은 메뉴를 선택하든지, 조금은 특별한 상차림의 집밥을 먹는다.
'생일 주간에는 가족과 함께 식사한다.'
에 방점이 찍혀있다. 식구들과 함께면 된다.
그렇게 우리 집 버스데이 위크는 일주일간 축제처럼 지나간다.
이 연례행사는 딸들이 어릴 때 시작되었다. 당시에 나는 바쁘고 술자리가 잦은 직장인이었고, 아내는 어린 딸들 케어에 전념하고 있었다. 나는 잦은 저녁 술자리로 인해 식구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랬던 시절에 식구 중 누군가의 생일을 앞두고 내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번 주 ○○이 생일이네. 아빠 일찍 퇴근할 테니, 함께 맛있는 거 먹자."
그렇게 아이들과 약속을 하였고, 그 약속은 20년이 넘도록 지켜졌다. 세월이 쌓일수록 오히려 그 약속은 더 진해지고 기간도 길어졌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의 생일 주간, birthday WEEK가 되었다.
버스데이 위크가 오면 우리 가족 모두는 일주일 동안 저녁을 비워 놓는다. 가족 식사를 위해서.
그렇게 버스데이 위크는 익숙해졌다.
올해 나의 버스데이 위크에는 어떤 식사를 몇 번이나 하게 될까? 난 알 수없다. 식사의 때와 장소 그리고 메뉴는 주인공이 아닌 다른 식구들이 정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그저 저녁만 비워놓으면 된다.
버스데이 위크 때문일 거다. 생일이 다가오면 왠지 가슴 저 밑이 따뜻해지고 아이들처럼 설렌다. 버스데이 위크의 역사가 한해씩 쌓여갈수록 버스데이 위크에 거는 소소한 기대가 점점 더 소중해지는 것 같다. 그 일주일이 가족 모두에게 점점 특별한 시간 구간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 막 새 식구가 되어 어색함과 다투고 있는 사위도, 이 버스데이 위크를 몇 번 지내고 나면 진짜 식구가 될 것이다. 나는 버스데이 위크의 마법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