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신입사원에게 잊히지 않는 '상사의 한마디'

커피 한 잔의 효과

by 투빈대디



얼마 전 내가 일하는 부서에 젊은 신입직원이 들어왔다. 그 신입직원은 하루 종일 컴퓨터와 마주한 채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하루가 다 지나도록 그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찾기 어려우니 그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몇 마디나 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문득, 그를 보면서 나의 신입사원 시절이 생각났다. 벌써 30년도 넘어버린 옛날 일이지만, 그 오래전 신입사원이었던 시절 내가 들었던 한 상사의 조언은 지금까지 잊히지 않고 또렷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투빈씨, 내일 출근할 때 100원짜리 동전을 두둑이 바꿔와요.”

나의 직속상관인 고참 과장님이 내게 내린 뜬금없는 지시사항(?)이었다.


“예??? 아~알겠습니다. 과장님.”



다음날 난 100원짜리 동전을 바지 주머니가 묵직하도록 가득 담고 출근했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어제 그 과장님이 언제나처럼 벌써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내가 자리에 앉고 잠시 후 과장님이 나를 불렀다.



투빈씨, 복도의 커피머신 앞에 서있다가, 커피를 빼러 오는 사람들 모두에게 커피 한 잔씩 빼드려요.”


“예???”



“오늘부터 아침뿐 아니라 언제든지, 커피머신 앞에서 만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커피 한 잔씩 빼드려요.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과장님.”



그 시절 회사에는 커피머신 한 대가 복도 한쪽 끝에 설치되어 있었고, 회사 직원들이 커피 한잔을 하려면 그 커피머신 앞으로 가야 했다. 그래서 출근하자마자 그 커피머신에서 커피 한 잔씩을 빼어먹는 직원들이 많았다. 당시 커피 값은 100원짜리 동전 몇 개면 충분했던 것 같다.



나는 과장님의 지시대로, 커피머신 앞으로 갔다. 그리고 출근 모닝커피를 마시러 오는 회사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며 커피 한 잔씩을 대접(?)했다.


“안녕하세요. △△부, 신입사원 투빈 입니다."

"제가 커피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회사 사람들은 잠시 멈칫하다, 미소와 함께 흔쾌히 내가 뽑아 내민 커피를 받았다. 한 마디씩 덕담을 던져 주면서.


“그래, 고마워요. 투빈씨. 잘 마실게요.”



난 과장님의 엉뚱한 지시(?)를 성실히 수행했다. 꽤 오랫동안 아침은 물론 낮에도 동전을 쓸 수 있을 때에는 언제나 망설임 없이 커피를 쐈다. 그리고 나는 회사 내에서 ‘커피 맨’으로 유명해졌다.



그 후 난 회사 근처 식당에서 밥이나 술을 할 때면 우연히 만난 회사 사람들로부터 공짜 밥, 공짜 술을 얻어먹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내가 쏜 커피 한 잔은 밥이나 술이 되어 돌아왔다. 내게 커피를 받아 마신 이들은 모두 나 보다 선배였고 상사들이었으니, 그 사람들이 후배, 특히나 신입사원에게 대접받은 커피 한 잔은 꽤나 인상적이었나 싶다.



커피 한 잔의 효과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안에서 어느 부서를 가든지 나에게 손짓하거나 말을 거는 사람들이 생겼음은 물론, 내 커피를 마시지 않은 사람들도 어느새 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졌다.



그리고 한 참이 지나고 부서 회식자리에서, 그 과장님은 내게 소주 한 잔을 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때, 커피 한 잔 투자효과 괜찮지?”

“퇴직할 때까지 자네의 자산이야.”



만약, 신입사원이거나 회사에 아직은 후배보다 선배가 더 많은 사람이라면, 내가 30여 년 전 실험해 보았던 ‘커피 한 잔 작전’과 비슷한 걸 찾아서 스스로 실행해 보는 건 어떨까?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아래 자리에 위치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어드밴티지가 있으니 말이다. 투자 대비 효과가 높은 때이다. 그 시간의 기회를 살려보는 건 어떨까?


반대로, 회사에서 선배보다는 후배가 많은 사람이 되어있다면, 신입사원이나 후배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었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신입사원 시절에 느낀 고마움은 어린 시절 각인된 기억처럼 평생토록 잊히지 않는 큰 기억으로 남는다. 투자대 효과가 높은 때이다. 기회를 그냥 보내지 말기 바란다.



새로 온 신입직원 한 사람이 나의 오래된 추억을 저 구석에서 소환해 낸 것 같다. 문득, 그 과장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실지 궁금해 진다.


그리고 뒤돌아서 나의 발자국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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