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옆좌석 노신사의 멋

딸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따뜻함이었다

by 투빈대디



얼마 전 딸이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귀국길 비행기에서 딸은 창쪽에 앉았고, 통로 쪽의 옆 좌석에는 깔끔하게 차려입은 머리가 새하얀 노신사가 앉았다고 한다. 빡빡한 해외 출장 일정을 보낸 딸은 피곤이 몰려와 앉자마자 창가에 기대고 귀에는 이어폰을 낀 상태로 잠을 청했다고 한다.


한참을 자다가 주변이 어수선하여 눈을 떴더니, 옆줄 앞자리에 어린아이와 엄마가 같이 있었는데 아이가 처음 하는 비행기 여행이 불편했는지 계속 울면서 칭얼거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옆 좌석 노신사는 엄마 품에 안겨 엄마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이쪽을 향하고 있는 아이의 눈을 보고 계속 손짓 몸짓과 표정연기(?)까지 동원하여 아이가 웃음을 찾게 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딸은 문득 그 노신사의 마음이 궁금했다고 한다.

‘손자가 생각나서 일까?'

'출가한 딸이 생각나서 일까?’


딸은 다시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눈을 감은 채 잠을 청하였고 한참이 지난 다음 눈을 뜨고 비행기 창 밖을 보려 하는데 햇빛을 가리려고 창에는 커튼이 내려져 있었다고 한다. 딸은 옆 좌석의 노신사에게 혹시 방해가 될까 봐 비행기 창의 커튼을 아래쪽만 살짝 올리고 고개를 숙여 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노신사가 깨어있으셨는지

"더 올려도 전 괜찮습니다."

라고 말해 주었다고 한다. 어느새 딸의 생각을 읽어낸 것이었다. 딸은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와 함께 커튼을 끝까지 올리고 비행기 밖을 보았다고 했다.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기 전 입국 신고서를 작성하는데 딸은 그 범상치 않은 노신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던 차에, 곁눈에 그의 이름이 보여서 유심히 보았다고 한다. 내려서 검색해 보고 싶었어서였다고 한다. (딸은 내리자마자 검색해 보았고, 그분이 보통 분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한다.)


비행기는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고, 그 아이의 엄마는 짐까지 많은 듯했는지, 노신사는 그 엄마에게 다가가서,

"아이에다 짐이 많은 것 같은데, 승무원이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겁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승무원을 불러드릴까요?"

라고 말하고 있을 때, 마침 그때 승무원이 그 상황을 미리 알았는지 도와주러 왔다고 한다. 어쨌든 보기 좋은 풍경이었다고 한다.


딸은 그렇게 비행기에서 내려서 짐을 찾으러 갔는데, 그 노신사는 손가방 하나 들고 홀연히 공항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딸은 내게 그 이야기를 하면서, 그 노신사를 볼 때 아빠 생각이 났다고 했다. 아빠가 바라는 몇 년 뒤 아빠의 모습일 것 같았다고 하면서.


딸의 이야기 속에 등장한 그 노신사는 내게 강한 공감과 동류의식을 느끼게 했다. 그러다 보니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비록 아직은 내가 그 노신사와 같은 깊은 내공을 갖추지 못했지만, 그가 보여준 행태는 내가 지금 추구하고 있는 나의 모습임은 틀림이 없었다.


난 딸에게

"참 멋있는 분이다, 그지?"


딸은 내게

"아빠도 그분처럼 되려고 하잖아요.

응원할게요, 아빠."


나는 미소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와 딸의 대화는 끝이 났다.


나이에 맞는 멋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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