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커피’ 마셔봤어요?

사람 향기나는 커피의 맛

by 투빈대디



나는 매일 점심때가 되면 식사를 마치고 회사 근처의 작은 공원을 찾는다. 그곳은 작은 공원이지만 구름에 닿을 듯 키가 큰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는 동네의 명소이다. 그 시간에 그곳에 가면 나는 마치 명상가라도 되는 듯 여유를 부린 걸음으로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공원을 몇 바퀴를 돌고 나면, 나의 발길은 근처의 카페 한 곳으로 향한다. 그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해 기다리던 커피가 나오면 받아 들고 다시 공원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내 단골 자리, 큰 나무 아래 벤치가 기다리고 있다. 난 벤치 한편에 허리와 엉덩이를 편하게 내려놓고 두 다리를 살짝 꼬아 앉는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향과 맛을 코와 혀로 만지며, 귀에 꽂힌 이어폰의 볼륨을 높인다. 그리고 익숙한 라디오 채널에서 흘려보내 주는 이름은 모르지만 귀에 익은 클래식 음률 위로 나의 마음을 싣는다.


'나의 점심시간 행복 루틴이다.'


내가 매일 들르는 카페는 청년 사장(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이 혼자서 운영하는 작은 커피가게이다. 소위 소상공인이 직접 운영하는 자영업체이다.


내가 그 카페의 커피를 즐긴지는 반년쯤 된 것 같다. 공원 가까이에 있어서 그곳 커피를 마시는 것이지만 그것만이 그 가게의 단골이 된 이유는 아니다.


공원 근처에 있는 여러 커피가게 중 유독 그 카페인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착한 소비의 대상이다. 규모는 작고, 젊은 사장이 혼자서 운영하는 가게이다. 맛도 좋은 편이다. 프랜차이즈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서 그런지 가격도 착하다.


그리고 마음이 가는 곳이다.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끄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뜨아’ 한 잔을 주고받으며 나누는 그 젊은 사장과의 밝은 인사이다. 그냥 영혼 없는 친절 인사가 아니라 잘 아는 얼굴로 나누는 인사여서 그런지 젊은 사장의 순수해 보이는 미소가 좋다.


따져보니 내가 그 커피가게의 단골이 된 이유는 이렇게도 많다.




그런데 일주일 전이었다.


평상시처럼 점심을 먹고 공원을 돌고 나서 그 카페로 가려고 발길을 돌리며 바지 주머니를 만져보니, 카드가 없었다.


“아차, 카드를 사무실에 놓고 왔네.”

“어떡하지?”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망설였다.


“오늘은 그냥 커피를 거를까?”


그러다 나는 그 커피가게에 들어갔다.

익숙한 젊은 사장과 눈인사를 나누고,


“사장님, 혹시 외상 커피 되나요?”


젊은 사장은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곧바로 밝은 미소와 함께


“물론 가능합니다. 단골이신데요.”


라고 어렵게 뱉은 내 질문에 흔쾌히 답을 주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런데 모래 외상값 갚아도 되죠?

내일은 일이 있어서..”



“예, 천천히 갚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나의 생애 첫 ‘외상 커피’ 구매는 성사되었다.

그리고 나는 약속대로 이틀 뒤 외상 커피값을 해결했다. 그날 마실 새 커피값과 함께.



외상 커피라 그런지 그날의 커피 맛은 특별했다. 커피의 맛이 가슴까지 따뜻하게 전해졌다.


“그래, 이 맛이야.”

“사람 냄새나는 커피가 진짜지.”


이래서 단골집이 필요하고,

이왕이면 사장이 직접 하는 작은 가게가 좋은 것 같았다.


만약 나의 단골이 프랜차이즈의 큰 커피숍이었다면,

외상 커피가 가능했을까?

아마도 외상은 어려웠을 것이다.



만약 외상 커피를 아직 마셔보지 못했다면,

외상 커피의 맛이 궁금하다면,

오늘부터라도 단골가게를 하나 정해 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그 가게의 사장과 인사를 나누며 커피를 주고받아 보는 건 어떨까?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이렇게 말해 보는 거다.


“혹시, 오늘 외상 커피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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