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흘리는 물

by 던컨
탄천변에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탄천은 걷기 운동하기 좋은 코스이다.

특히 정자역에서 죽전역까지는

편도 한 시간 정도로 거리도 적당한 데다

곳곳이 굽은 길이라 지루하지 않아 좋다.

그렇게 한 바퀴 걷고 오면 온 몸의

땀구멍이 열린 채 한참 동안 땀을 흘리게 되는데

흘리는 땀에 훔치는 땀에 큰 희열을 느낀다.

그런 땀을 닦으면서 드는 생각인데

사람 몸에서 나오는 물처럼 더러운 게

또 있을까 싶다.

눈물, 콧물, 침, 소변, 정액 그리고

온몸에서 흐르는 땀

가끔가다 잡히는 물집 안에 수포까지

모두 사람 몸에서 나오는 물이다.

눈물은 감정의 산물이고

땀은 노력의 결실이란 의미가 있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슬픈 감정에 눈물과 콧물이 같이 흐르기 마련인데

눈물은 훔친다 하고 콧물은 풀어버린다 하니

같이 슬퍼서 나는 물이지만 참 대하는 게 틀리다.

북받치는 감정에 눈물을 흘리다가도

콧물을 '팽'하고 풀면 분위기 다 깬다며

하대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물은

어디서 언제 어떻게 왜 나오는지 그리고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서

그 성격과 규정이 달라지고 인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면 울보라고 놀림받고

억지 눈물로 상대방을 홀리는 건 가식이라고 한다.

아무 이성이나 보고 침을 흘리면 껄떡댄다 하고

합의하지 않은 사람에게 사정을 하면 강간이 된다.

아무데서나 침을 뱉고 소변을 보면 범죄이

용케 신고를 모면해도 인간이 왜 저러나 하는 핀잔을 듣기 마련이다.

물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흘리고 뱉고 싸버리면 그만인 줄 알겠지만

사람 몸에서 나온 물이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이어야겠다는 생각이

운동으로 흠뻑 젖은 티셔츠를 벗으면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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