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

말하지 못하는 밤

by 혜준

해야 할 말이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 꽉 차면

내 안의 말이 사라진다.


억울한 이쪽을 향해

저쪽이 오히려 뚱하고 있으면

내 안의 말이 사라진다.


해도 소용없다는 표정을

저쪽에게서 읽으면

내 안의 말이 사라진다.


어렵게 꺼낸 한마디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으면

내 안의 말이 사라진다.


지금 어렵게 꺼낸 말로

내일 후회할 것 같으면

내 안의 말이 사라진다.


내 입으로 나오지 못하고

사라진 말들이

내 안을 맴돌고 돌아

켜켜이 쌓여

아프게

무거워지는 밤.


내일 새벽이 밝자마자

창문을 활짝 열고

후욱

불어내

내 안이

조금은 가벼워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