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사람, 집에 남은 사람

08

by 백연서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이었다.


아빠는 내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집을 나갔다.

짐도 없이 나가버렸다.

언제 가겠다는 말도 없었다.


대화를 안 한지 오래되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손만 씻고 나가면 되는데,

그 잠깐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엄마는 그 후부터 집에 일찍 들어오기 시작했다.

밥을 챙겨주고, 우리에게 조금씩 말도 붙이는 것처럼 보였다.


대화를 이어가려 해도 끊기는 공백에 숟가락이 멈췄다.


그 순간, 동생은


“잘 먹었습니다.”


그 한마디만 했다.


본격적으로 이혼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 미성년자인 동생은 보호자의 보살핌이 필요했다.

나도 어린 동생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엄마와 아빠는 동생에게 누구와 살고 싶냐는 질문을 일주일에 7번씩 했다.


“너의 의견을 가장 최선으로 선택할 거야.

누구를 따라가도 서운해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생각해.”


하지만 나에겐,


“이젠 너도 성인이라 마음이 놓인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은 집으로 가는 길에 눈물이 터졌다.

이대로는 집에 가지 못하겠다 싶어 친구 집으로 향했다.


친구 얼굴을 보자마자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모든 것이 괜찮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스물이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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