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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불량님이 된 사연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by 넌들낸들

지난밤 떡볶이와 육회를 먹어서 그런지

속이 답답했다.

심하게 체한 거 같진 않았지만

아이 병원에 들른 김에

같은 건물 내과에 들렸다.


의사 선생님께 증상을 말하고

전에 딴 병원에서 처방받았던 소화제가 그나마 먹은 약 중에 속에 맞았던 편이라며 약봉투를 보여드렸다.

약물 리스트를 보시더니 미간이 찌푸려지며 아리송한 표정을 지어 보이셨다.

"이 약을 먹고 좋았다고요? 이 약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성분의 약을 드실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 약들을 설명해 드릴게요. 이 약은 위산 억제제이고 이건 장운동을 시켜주는 거고요 이건 소화불량으로 두통이 왔을 때 드시는 거고..."


약 봉투에 있던 약들을 하나씩 다 설명을 해주셨고 의사 선생님께 신뢰감이 확 높아졌다. 알레르기 비염약도 이 선생님께 타서 먹고 효과를 바로 보았다.

딴 병원에서는 약들이 독한 건지 먹고 나서 몸이 지치거나 심장 두근거림 등 다른 현상들이 왔지만

이 선생님께 처방받은 약은 졸린 거 말곤 딱히 없었다. 불편한 증상도 완화되어 일상이 편해져 늘 병원에 오면 이 의사 선생님으로 진료 대기를 걸었다.



오늘도 비염약은 밤에 먹는 약만 처방해 주셨고

소화제는 딱 한 가지 성분으로 처방해주셨다.

딴 내과 가서 소화제 처방 했을 땐 한꺼번에 많은 알약을 먹어야 해서 괴로웠는데 이번엔 딱 한 알만 먹어도 된다고 하니 신기했다.

약국에서 소화제 사도 이것저것 두 가지 정도 내어주는데... 이 의사 선생님은 환자에게 약 과용 시키지 않는 분이신 거 같아 너무 좋다.


"선생님 매번 약 잘 지어주셔서 믿어 먹습니다. 지난번에 지어주신 약도 효과가 정말 좋았습니다."


"아휴 감사합니다. 의사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이렇게 칭찬해 주시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약국으로 가 약을 받았다.

세모님~하고 이름이 불리자 약사 앞으로 갔다.

늘 가던 약국인데 처음 보는 약사분도 보였다.

내 이름을 부르고 약 설명을 해주시며 약통에 적고 계셨다.

"오늘 소화불량 있으신가 보네요. 헉!"

"왜요??"

하고 약사의 손을 바라보았다.

난 웃으며 괜찮다며 말했다.

"오히려 어떤 약인지 절대 안 까먹을 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소화제 상비약으로 처방해 주셨네요. 오늘 드시고 효과 보시면 더 안 드셔도 됩니다. 이 비염약은 자기 전이나 저녁 드시고 먹으면 됩니다."



집에 와서 신랑에게 보여줬더니

와이프 이름이 소화불량 됐다고 웃음이 터졌다.

그리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지정해

딴 사람들한테까지 웃음을 주고 있다.


약사님의 작은 실수로 여러 사람 웃겼다.


이 작은 소화제는 내 속도 편하게 해 주고 웃음도 주는 특별한 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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