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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Dec 16. 2022

엄마의 끝없는 배움의 자세

칠면조 아빠의 미운 오리 #11

어른들을 위한 중학교 고등학교가 있다.

내가 대학 4학년 때

동생이 중학교 다니던 시절

엄마도 중학교 진학했다.


중고등 4년 만에 다 배우고 졸업할 수 있는 곳이다. 원한다면 내신 성적으로 대학도 진학할 수 있다.

실제로 대학까지 가시는 할머니를 뵙기도 했다.


어릴 적 할아버지가 굳이 엄마만 중학교 보내주지 않아 설움이 많았던 엄마는 중년이 되어 한을 풀었다. 좀만 더 일찍 다녔으면 좋았을 텐데..


재혼을 하고서야

아니

동생이 커서야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다닐 용기를 내셨다.


울 엄마는 똑똑한 사람이다. 어릴 적 제대로 배웠다면  나랏일 했을지도 모른다.

국회의원, 장관감이다.

여장부가 따로 없다.


역시나 엄마는 학교 다니면서 행복해하셨고

그 행복은 성적으로 드러났다.

늘 상위권으로 100점이 우르르 쏟아졌다.

때론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으면

나에게 질문을 했다. 엄마의 질문이 귀찮지 않았다.


오히려 동생보다 성적이 우수했다.

집안일하면서 심지어 옷 수선 일도 하시면서

학교 생활까지 우수한 엄마가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난 절친들에게 엄마 자랑을 하기도 했다.


학교 수업 일찍 마치는 날이면

엄마가 다니는 학교를 찾아가 교문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기도 했다.


그럼 엄마는 어깨가 치솟았다.

주변 어른들이 딸이 마중 나온다며 부러워했다.


그때 사귄 엄마 학교 친구들은 아직도 같이 만난다.

특히 아들만 둔 분들은 더더욱 부러워한다.


"나도 딸 낳을걸 그랬다. 딸이랑 이렇게 커피 마시러 나오고 쇼핑도 같이하고... 너는 참 좋겠다."


내가 엄마에게 해주는 거라곤 딱히 없다.

그저 같이 다닌 거 말곤

이렇게 칭찬을 받다니.. 쑥스럽다.


엄마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을 갈까 고민했지만


또다시 이혼을 겪으며

대학의 꿈은 포기했다.


하지만 공부의 끈은 놓지 않았다.

온라인 평생교육을 알려줬더니

자격증을 도대체 몇 개나 따는 건지...


올해만

사주, 타로, 색채 타로, MBTI자격증의 심리 상담 자격증


홀로 계신 할머니가 생각나셔서인지

노인심리 상담사까지 따셨다.

끝없는 배움의 자세.




엄마를 통해 나 또한

집에서 애만 보는 사람이 아닌

날 사랑하고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욱 나만의 시간 활용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새해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배운다.

올해는 그림이었다. (가끔 올리는 그림 제가 그리는 거랍니다.)

아마 내년에도 그림을 배우지 싶다.

원대한 꿈은 그림책 작가 데뷔이다.

그 목표로 글과 그림을 시작하고 있다.

지금은 그림책 표지 따라 그리는 정도다. 창작은 무리다.

이렇게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도 엄마이다.

시인이  꿈인 엄마는 식당일 하다가 쓰고,

드라이브 가다가 쓰고,

손녀랑 놀고 나서 영감 떠오르면 쓰고


아직도 소녀 감성이 있는 엄마는 영감도 자주 떠오른다. 그런 엄마가 부럽기도 하다.







"못 배우고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배운 사람이 못 배운 사람보다 모지리 게 생각하고  사는 게 부끄러운 거지.


모르는 게 있으면 배우면 되고

궁금하면 요새 기술도 좋은데 폰으로 알아보면 되지.  


뭣이 두렵노. 겁내지 마라. "


겁 없이 사는 엄마

지금 이 시간에도 노트 필기 한 걸 복습하신다.

 

복습하다 영감이 떠오르면

시 한 편 쓰시고

딸아 읽어보라며

톡으로 보내시겠지


아침이면 엄마의 시가 도착해있다.



오늘의 시는 진상 손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인가 보다.


 모범이 될 어른들이



어제 저녁 음악 소리 때문에 소동이 났다


알만한 사람들이 나이를 헛먹었는지

보기에는 허우대 멀쩡 하다만


타인의 배려는 빵점이다

아무리 허름한 가게 일지라도

어른답게 행동하면 얼마나 좋을까


참 부끄럽다

음악 크게 틀어놓고 남의 시선을 신경도 안 쓴다  

볼륨 좀 줄여주세요

옆 자석에 다른 손님이 있다고

사정을 해도 안하무인


오히려 부탁을 한 내가 정신적 이상자라며

욕설을 퍼붓는다


  옆좌석 손님 지켜보다가  

결국 한마디 하니 큰 싸움 벌어진다


작은 배려심만 있어도

작은 공간에서

하루의 마감이  즐거움이 될 텐데


못난 이기심이 여럿 사람들을 피곤하게 한다


어른이 어른답지 못한 세상

젊은이들 볼까 부끄럽다



세상 편하게 잘 동안

새벽에 엄마는 손님과 씨름을 했구나...

괜히 편히 자고 일어난 내가 죄인이 되지만

엄마는 그저 시 평가를 기대한다.


내 평가는


 "엄마 잘 쓰네~ 요새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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