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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넌들낸들 Jun 18. 2024

엄마 나도 동물 키우고 싶어.


집 앞 주택에 사는 예쁜 고양이가 어느 날 갑자기 새끼를 낳았다.


아이 하원길에 잠깐 구경을 한다.


처음에 새끼들은 소리도 안나는 하찮은 하악질을 하며 도망가고 숨었다.


때로는 옹기종기 모여 어미젖을 먹고

빵빵한 배를 보이며 늘어지게 자고 있기도 했다.


그렇게 매일 새끼 고양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며

아이는 고양이에게 스며들었다.


이젠  그 고양이들도 도망가지 않고 다가왔다.


이 꼬맹이 무서운 존재가 아닌 데하며 깨달은 눈치다.


아이가 고양이를 쓰담쓰담하고 안으려 해도 그 손길을 피하지 않는다.

어미 또한 옆에서 지켜만 볼 뿐 저지하지 않는다.


신뢰를 하고 있는 눈빛이다.


어미 고양이도 육아가 고된 건지

박박 긁다가 털뭉치가 빠지고 상처가 나 있다.


그 모습이 안쓰러 난 어미 고양이에게 간식을 주거나 쓰다듬는다.


아이는 아기에게 엄마는 어미에게 정이 들었다.


이젠 하원 차량에서 아이가 내리는 소리가 들리면

어미 고양이가 마중을 나온다.

(문이 열려있어 자유롭게 산책 다니는 고양이들입니다.)

아이 하원 마중나온 어미 고양이.저희 집 앞까지 배웅해주고 돌아가는 똑똑한 고양이. 길고양이 아닙니다.


그렇게 정든 나머지 아이는 아이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떼를 썼다.


"엄마 나 키우고 싶어.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동물 키우고 싶어."


"우린 안돼. 넌 편도랑 폐가 약해서 집에서 고양이랑 같이 살면 계속 기침이 나와서 안돼. 이렇게 잠깐 볼 수 있는 걸로 만족해야 돼."


"그렇지만... 나도 키우고 싶어..."


아이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친구 ★도 주차장에서 만난 아기 고양이 키우다가 결국 다른 사람에게 맡겼잖아. ★랑 그 오빠가 천식이 있으니 고양이 키울 수 없어서. 키우다가 못 키우게 되는 게 더 슬퍼. 처음부터 안 키우는 게 맞아. 이제 고양이랑 그만 놀고 집에 가자."


"그렇지만...."


아이는 미련이 남아 입이 뚝 튀어나오고 닭똥 같은 눈물을 툭툭 떨구고 있었다.


"엄마 먼저 들어가서 하리보 먹어야지."

아이 약 올리며 먼저 걸어가자

아이도 어쩔 수 없이 터덜터덜 따라왔다.


깨끗하게 씻고 젤리는 꺼내 먹으며

또 이야기기 나왔다.


"그럼 난 아무것도 못 키워?? 엄마는 키우고 싶지 않아??"



"응 엄만 널 키우고 있어서"


내가 웃으며 말하자 아이도 웃음이 나왔다.


아이는 못 키우는 대신 스케치북을 한 장 찢더니

고양이를 그리고 고양이 놀이터와 집, 캣타워, 고양이 화장실 등등 그리기 시작했다.

다 완성 후 그린 고양이를 오리더니 가지고 놀았다.

본인이 만든 고양이와 고양이 집을 소중히 유리테이프로 코팅을 하더니 유치원 가방에 넣었다.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같이 가지고 놀 거야."


아이는 뭔가 키우고 싶은 걸 포기하지 못했고

어머님이 챙겨 온 상추에서  달팽이를 보고 키우고 싶다고 떼를 썼다.

딱 하루만 집에서 상추와 산딸기 주며 돌봐 주었고 화단에 두었다.

달팽이와 헤어지기 싫어 눈물을 쏟았지만 좁은 통에서만 살 수 없는 달팽이의 삶을 계속 설명하며 아이를 설득했다.

작은 생명을 죽일 순 없으니까...


이젠 유치원 가기 전 차량을 기다리며 화단에 숨어 사는 달팽이를 찾아본다. 매일 찾는데 실패한다.



여전히 뭔가 키우고 싶다고 하지만

아직은 넌 뭔가를 키울 자세가 되지는 않았거든

집에 있는 바질 열심히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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