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껍데기
정 여사
거울 속에 서 있는 내가 낯설다
누구세요?
반바지에 슬리퍼만 신어도
예쁘다는 그 소녀 어디 갔나
어색 해라
거울이 나에게 상처를 입힌다
그래도 살짝 비쳤다
옛 모습이 비쳤다
미소를 지었다 웃었다
야속하구나
참 멀리도 왔다
이제는
멋진 옷을 걸쳐도
민낯에 색조를 입혀도
커버는 커버일 뿐이다
제 아무리 잘나도
이제는 헛껍데기다
억지로 꾸미는 것이 어색하다
오히려
수수한 것이 멋이난다
가을을 닮아가는 나이
바쁠 것도 없다 하더니
가을이 짧다
헛껍데기만 남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