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고 담임 선생님께 들떠 일주일 뒤에 교생 실습 간다며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응원의 답장도 받았었다. 그 응원에 보답하듯 난 최선을 다해 교생 생활을 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좋은 추억도 있지만 첫날부터 너무 충격을 받아 잊히지가 않는다.
부산의 한 실업계열 여고로 교생 실습을 갔다. 사실 집이랑 가까운 곳이라 신청했다.
교생 첫날
난 2학년 담당 반이 생기고
전공과 수업할 반도 생겼다.
운 좋게 2학년과 3학년 수업 참관 할 수 있었다.
전공과 담당 선생님은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셨다. 예상으로 환갑은 지나지 않으셨을까 싶다.
몇 분의 대화로 선생님이 온화하고 참 좋으신 분이라고 느꼈다. 또 사람 인연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온다고 친한 친구의 은사님이셨다. 친구가 어찌나 좋아하던지 아직도 그 친구의 표정이 선하다.
그 선생님과 설레는 마음으로 첫 참관 수업에 들어갔다. 첫 수업은 2학년 수업이었다. 첫 교단에 서서 학생들과 인사 후 교실 뒤에 자리 잡고 참관하였다. 바른 자세로 앉아 수업 듣는 아이들, 혼자 딴생각하는 아이들 등 사부작 거리는 아이들이 보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아이들이 순하고 수업을 잘 듣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빨리 애들이랑 수업이 너무 하고 싶었다.
그다음 시간 고 3,
우리나라에서 고 3이 가장 무섭다지만 충격의 도가니였다.
수업 시간에 자는 건 기본이고 수업 시간에 아예 뒤돌아 앉아 수다 떨고 폰 꺼내 셀카를 찍는 등 기가 차서 할 말을 잃었다. 수업 끝나고 선생님도 한마디 하셨다.
"오늘 너희들 태도 참 부끄럽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다음 시간 그 반에 들어갔는데도 눈에 거슬리는 행동들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도 수업 중간중간 아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수업 잘 듣고 있는 소수의 학생들이 불쌍해 보였다.
왜 전에 은사님들이 선생님 되지 말라고 말렸는지 그 심정을 알 거 같았다.
한 주가 지나고 드디어 내가 수업할 차례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교생 선생님에게는 학생들이 관대하게 군다는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수업을 들을 아이들이 기다려졌다.
고 2 수업은 너무 순조로웠다. 선생님께서도 칭찬해 주셨다.
기분 좋게 고 3 교실로 갔다.
수업 종이 울리고도 아이들은 산만했다. 수업 준비도 안되어 있어 선생님이 들어오자 교실 뒤 사물함으로 달려가 책을 꺼내오는 아이들도 보였다.
그때 1차 빡침이 왔다.
종이 울린 지 5분이 지나고도 난 수업하지 않았다. 매점 갔다가 뒤늦게 들어오는 학생 무리가 있어서였다.
나의 2차 빡침을 눈치챈 아이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순간의 정적이 왔다.
그 정적을 깨는 나의 첫마디는 인사가 아니었다.
"너희들 수업 종 울린 지 몇 분이 지난 거 같니? 지금까지 난 너희들이 수업 준비하고 조용해 지기까지 10분을 기다렸어. 여기 가만히 서서 너희들 행동을 다 지켜보고 있었지. 하지만 너희들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눈빛이네? 원래는 너희들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높임말 쓰며 수업하려고 했는데 학생의 기본 예의도 모르는 너희들을 존중해 줄 수가 없네. 난 사실 지난주부터 너희들에게 아주 실망했거든. 저기 뒤에 선생님께서 서계시지만 말 나온 김에 다 해야겠다. 수업 시간에 조는 거 이해하지 나 또한 졸아봤으니까. 너희들은 철저하게 A 선생님을 무시하더라. 너희들이 뭐라고 선생님이 열심히 준비한 수업을 무시하고 듣지도 않고 태도가 그게 뭐니? 그게 학생들의 태도니? 평소 너희들 태도가 어떻든 내가 뒤에 서 있는데 새파랗게 어린 교생 선생님 앞에서 너희들에게 무시당하는 수업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조는 거랑 아예 대놓고 자는 거랑 뭐가 다른지 아니? 조는 건 그래도 수업은 들을 의지가 있는데 무거운 눈을 이겨내지 못한 거지만 자는 건 선생님에 대한 예의 없이 무시하는 거지. 이렇게 교실에 늦게 들어와서 자기네들끼리 떠드는 너희들은 미리 수업 준비한 학생과 선생님 모두를 무시하고 기만하고 있는 거고 앞으로 내 수업에선 최소한 예의는 지켜줬으면 좋겠어. 수업 준비는 수업 종 치기 전에 하는 거고 수업 시간에 셀카를 찍는 등 수다를 떠는 행동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건 유치원 생도 초등학생도 지키는 예의니까. 학생 생활 오래 한 너희들이 모르는 건 아니겠지? "
"네..."
"이제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늦게 시작 한 만큼 속도를 낼 수 있게 집중해 주세요."
본격 수업을 시작하려고 하자 선생님은 조용히 교실 밖으로 나가셨다.
수업 참관 끝까지 다 하시고 내 수업에 대해 평가해주셔야 하는데 그냥 나가셔서 아까 언급한 말이 과했나 싶어 아차 싶기도 했다.
남은 시간 내가 준비한 수업 마무리 하고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선생님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평소 속으로 담고 있던 말을 선생님이 해주어서 좋았어요. 수업 너무 잘하는 거 알아서 믿고 나간 겁니다. 잘했어요."
다음날 학교 가니 난 호랑이 교생 선생님이란 소문이 돌았다. 교생 선생님 중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수업 시간이 되어 교실에 들어가자 소문을 들은 다른 반 학생들도 바른 모습으로 수업 들을 준비를 다 마치고 있었다. 나에게 한소리(?) 들은 반 아이들도 모두 바른 자세로 수업을 들었고 나의 교생 수업이 끝나고 다시 A 선생님 수업이 시작되어서도 학생들은 선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