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될 때마다 쇼핑도 하고, 글맛도 느낄 겸 카카오 메이커스를 들여다보는 편입니다. 썸네일 이미지의 경우 모든 커머스 중에 단연 돋보입니다. 아이스크림인지, 화장품인지 구분이 되지 않은 영롱한 사진을 올려놓고 ‘콜라겐, 한 컵의 아이스크림으로’ 라고 합니다. 몇 번 찍어바르면 저 뽀얀 우유빛으로 내 피부가 그렇게 될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되죠. 실제로 촬영과 편집, 디자인 상당부분을 직접 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이는 이런 것들이 플랫폼이 자꾸 개입하는 구조가 되어 버리게 되면 컨텐츠의 질은 좋아지겠지만, 양은 줄어들기 마련이고, 수익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하죠. 허나 나같이 홍보하고 글쓰는 입장에선 꿀잼이고 요긴한 볼거리입니다. 어찌나 상품들을 맛깔스럽게 소개하는지, 특징을 족집게 같이 잡아내는지 훑어보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산업군에 있는 마켓컬리의 경우 콘텐츠 작가가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컬리 브랜드 콘텐츠 제작을 위한 콘텐츠 아이디어 제안은 물론, 콘텐츠 기획 및 구성을 위한 자료조사, 출연자 섭외 및 취재, 영상 콘텐츠 자막 구성 등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방송/디지털 콘텐츠 작가로서 리서치 경력을 보유한다면 채용에 있어서 우대사항이 될 수 있을 만큼 아무나 할 수 없고,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품을 소개하는 면면을 들여다보면, 글이 운치가 있고 맛깔스러운 것은 물론, 핵심을 콕콕 짚은 걸 보면 상품에 대해 깊숙이 아는 사람들이 썼다는 생각이 들며, 한층 신뢰감이 생기죠. 중요한 건 이걸 사는 나 역시 이 제품을 잘 알고 제대로 돈쓰는 느낌, 속지 않은 기분이 든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좋은 솜을 사용해 쉽게 숨죽이지도 않았고 세균과 진드기 걱정 붙들어매라는 ‘고온에서 푹 삶은 침구 세트’, 수건을 빨고 나서 제대로 건조하지 않으면 늘 쿰쿰한 냄새가 나기 마련인데, 그걸 잘 잡아낸 ‘킁킁, 냄새 나지 않는 수건’, ‘30번 쌓아 바삭한 한라봉 과즐’은 반죽을 30번 이상 그 수고를 강조하고, 켜켜이 겹치고 쌓아놓고 난후 입에 넣으면 얼마나 바삭거릴까요. 벌써 입에 침이 고입니다. 얼른 입안에 넣고 싶을 만큼 충동이 일어나죠. 자꾸 손이 가는 00 구두의 경우, 신은 듯 만 듯 그 편안한 착용감으로 인해 얼마나 편하면 구두에 자꾸 손이 갈까요. 그러니 발이 문드러지더라도 하이힐을 결코 포기 못하는 사람들에게 꼭 한번 신어보고 싶은 생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편하게 누워서도 스트레칭’ 기계의 경우 누워서 TV도 보고 운동하면 정말이지 일석이조 아니겠는지요. 귀찮니즘의 끝판왕들에게 달달한 유혹을 건넵니다. 복부 쪽에 벨트가 있어서 고정된 자세로 스트레칭이 가능하다고 하니 자주 드러눕는 나 역시 한번쯤 해보고 싶습니다.
보도 듣도 못한 단어를 써 눈길부터 훌쩍 가게 한 ‘손질까지 마친 00 굴’의 설명 중 특히나 알찬 식감 속 달보드레한 맛이 일품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제철이라도 굴 손질은 번거롭기 마련인데, 세척만 해 바로 드실 수 있도록 이미 번거로움을 덜었다는 편의성을 먼저 내세웠고 ‘달보드레한’ 이라는 뜻은 ‘달보드레하다’에서 나왔습니다. 약간 달큼하고, 감칠맛이 있게 꽤나 달다라는 뜻이죠. 넋놓고 보다가 차렷하고 사전까지 찾게 합니다. 아참 위트와 언어유희도 있습니다. 먹으면 술술 넘어간다는 ‘술술’을 넣어 ‘술술 전통주로 여행가는 전통주 기행’, 채소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을 위한 ‘제주 농민을 도우면 당근 좋으니까’, 온양 온천수로 만든 스팀이 건조한 눈에 수분을 공급한다 해서 ‘눈 온천욕’
나오미 배런의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선 디지털 자료를 읽을 때는 의식적으로 읽는 속도를 느리게 해야 읽는 뇌를 단련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읽는 인간에게 필요한 건 균형이며, 제대로 읽기 위해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속도라고 했습니다. 성질 급한 나는 희한하게도 종이책이 아닌, 이커머스 상품소개의 글맛에 취해 스크롤바를 내리지 않고 두 눈이 유난히 머물고 있습니다. 마치 천천히 생각에 잠겨 그 상품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시간을 갖는 건지, 그건 소비의 죄책감이 아닌, 일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함인지 카피공부를 하는 것인지 뭔지 참 아리송하죠. 그래 어쩌면 그냥 쇼퍼의 궤변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