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나답게, 새롭게

by 변한다

employee, 직원, 종업원...첫 해외출장을 갔을 때 공항에서 출입국 서류를 작성하는데 직업란이 눈에 띄어 고민하다 ‘XX employee’ 로 썼다는 <나답게 일한다는 것>의 저자 최명화의 에피소드를 보고, 나는 그동안 뭐라고 썼는지 문득 되돌아봤습니다. 아마도 그녀와 같을 겁니다. 진짜 별 생각없이, 평범하게. 저자는 회사 간판과 명함 뒤에 가려진 내가 아닌 업 앞에 서 있는 진짜 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사실 막상 안에 있으면 그곳에 젖어 알기 매우 어렵고요. 아예 모르고 싶기도 하고, 실제 까먹기도 합니다. 백날 이런 책들을 봐도 그때뿐입니다. 나와 봐야 그 감투를 벗어 제쳐야 비로소 깨닫는 것 그게 나다움을 찾는 길이라는 걸요.


군중, 집합이란 단어만 봐도 노잼에 따분은 물론, 노이로제 반응부터 나오는, ‘다움’이라는 말을 참 많이도 좋아하는 나, 그렇다면 단순히 좋아하는 것으로 그칠 게 아니라 진정한 나다움은 뭔지 그걸 찾는 시작은 바로 내 시선을 바깥에서 내 안으로 돌리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봅니다. 평일엔 아침 5시에 일어나 책을 보고 있습니다. 새벽에는 출근해 회사 관련 뉴스를 뚫어지게 탐독했던, 나보단 내가 속한 조직과 회사의 현재를 위해 쏟았던 내 소중한 새벽시간을 두 팔 벌여 온전히 이제서야 나만의 것으로 품습니다. 평생 현역과 파이프라인 구축이라는 대전제 하에 첫 이직을 목전에 두고 그동안 나를 쫀쫀하게 감쌌던, 그리고 내가 놓지 않았던 그 끈을 풀면서 행했던 ‘자기 응시’의 시간, 2018년에 이어 그 두 번째를 맞았죠.


물론 몽롱한 새벽 쏟아지는 잠을 물리치려 커피를 들이붓는 수고도, 자꾸 감기는 눈을 부릅떠야 하는 안간힘도 둘 다 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그 순간의 목전까지 불안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현명함이 필요합니다. 10년 주부에서 알깨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그 첫발, 글쓰기를 선택한 김혜원의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내 이름을 찾기로 했다>에서는 그저 기다린다는 것은 응시하는 것, 우리는 마음을 가꾸는 농부기 때문에 우울한 가뭄이 오래갈 때 어리석은 농부는 기우제를 지내고 굿을 하지만 현명한 농부는 기다리는 것처럼 그만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품을 들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 노자 도덕경의 첫머리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 인생을 길게 보면 모든 것이 여유롭게 되고 이해되고 아름답게 보인다고 합니다. 도를 도라고 말할 수 있으면 이미 유명한 그 도가 아니고 모든 사람이 길이라고 하는 길이 사실은 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나답게 살기 위해 나와 새벽아침을 가르며 잠과 그리고 권태로움과 밀당하는 이 여정에서 비로소 나만의 ‘멋있는 길’이 생기는 것입니다. 간단히 생존을 위해 먹고 운동하고 일하는 것을 넘어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과 일이 경계가 모호해질 때 내가 원하는 나와 현재 나의 간극을 좁혀가는 순간일 것입니다.


평균과 그저 그런 것 사이에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마케터 세스고딘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 듣지 않고 따뜻하고 아늑한 침대를 기어이 박차고 일어나는 변화,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일상이 켜켜이 쌓여 차분히 우리의 길을 만든다면 우리의 삶은 우리의 얕은 생각보다 우리의 부정확한 예상보다 크게 달라져 있을지 모릅니다. 심심한 평균, 무난한 평범함 따윈 집어치우고 오늘도 나답게, 나다운, 조금은 새롭게 그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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