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천상계 그 놈의 간극 좁히기, 참 어렵지만

by 변한다

여기서 빵 저기서 빵 위기가 폭죽처럼 터지는 작금의 대한민국을 헤쳐가는 담당자들은 얼마나 답답하고 복창터질까 부쩍 감정이입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한때 위기관리 담당자였던 내 경우 평소에 관련 책들을 놓치지 않고 빠짐없이 읽고 익히려고 했습니다. 김기찬 외의 <크라이시스 마케팅>의 경우 세계적인 석학들이 썼다 해서 서둘러 중고매장에서 산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고매하신 당신들보다 내가 훨 낫네’ 월드와이드 석박사들을 과감히 까버렸지 뭡니까.


크라이시스를 다루는 게 전혀 크라이시스적이지 않았고 지극히 태평하고 온화하기 이를 때 없었던 거지요. 참 궁금하더군요. 이런 분들은 크기에 상관없이 위기라는 것을 직접 관리나 해보고 저런 단언을 하는 건지 어디서부터 기인된 용기인지 참 의아할 때가 있었습니다.


일단 순서가 잘못된 겁니다. 산전수전공중전 경험자가 정리를 하고 조언을 하며 솔루션을 제시해야지 실전에서 써보지도 않은 걸 해보라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 거죠. 그래서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입으로 술술 푸는 것과 현실에 맞닥들여 대응하는 것에는 많은 간극을 무시할 순 없겠군요.


바빠 죽겠는데 묘수가 없을까 하고 책들이나 자료를 뒤적거려 보지만 아카데믹한 공자왈맹자왈은 극히 적은 포션을 차지하는 참고사항일뿐 현업에 있어서 실제 도움된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예전부터 늘 답답했던 건, 대학이 이미 취업학원이 되어가는 요즘 실무경험이 없는 이론만 빠삭한 교수들은 시류에 정말 부적합하지는 않는지, 특히 이런 분들이 쓰는 책들의 경우 머릿 속에 남는 건 여전히 없었습니다.


전 직장에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관련해서 강의를 섭외한 적이 있었습니다. 차라리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한 차부장급들이 했던 강의가 뇌리에 남고 뭐라도 건질 건더기가 있지, 비싼 돈 들여 모셔온 교수들이 꺼내놓는 신주 단지 안에는 막상 반짝이는 보석 따윈 없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광고학을 들으면서 느꼈던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광고기획자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인 박웅현씨와 현장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교수가 설명하는 광고엔 얼마나 큰 간격이 생길까 싶네요.


수년 겪어본 산학협력도 비슷했습니다. 기업은 이윤, 학교는 학문탐구 이렇게 갈 길이 다른 두 곳이 어째 한 방향을 보며 합의점을 도출해낼 수 있을까 라는 대전제 하에 현업에서 풀리지 않는 일을 어떻게 대학에서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더불어 비용 대비 효과는 제대로 산출을 하고나 하는 건지. 어떤 특정 대학 출신들을 데리고 쓰고 싶어서 그들의 스승을 구워 삶은 일종의 요식행위인지 뭔지 다른 기업들이 다 하니까 어거지로 따라하는 일종의 패션 같은 건지 잘 모르겠더군요.


지난 9월부터 전 직장 선배가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되셨습니다. 사실 축하는 교수가 되신 그분보다 그분의 주옥같은 강의를 앞으로 원없이 듣게 될 학생들에게 하고 싶었습니다. 당신들은 정말 땡잡았다고. 어디에 내놔도 한몫하실 유능한 분이고 산업계, 정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갖고 계시기에 그대들이 들인 시간과 노력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을 나부터 보증할 수 있다고


글 이야기로 돌아와 머리가 이젠 굵어질 때로 굵어졌는지 이론만 빠삭한 천상계 느낌 나는 글과는 인연을 아예 끊고 싶습니다. 현장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절주절 뱉어내는 그저 그런 참 뻔한, 그렇지만 매끈하게 정리정돈 잘된 이야기들은 읽을 때만큼은 머리에 사이다를 살짝 부은 청량감을 줄 뿐, 다시 갈증이 나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각설하고 극도의 현실주의자로서 직장경력 25년 즈음에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써보고 싶은데, 나부터 종이낭비하지 말아야지 오직 그 생각뿐입니다. 잘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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