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사색
에세이는 일상에 있었던 다채로운 감정들을 오밀조밀하게 글로 빚어내는 도자기 작업과 같다. 우울의 끝장을 보내고 있는 어떤 날엔 각지고 베일 듯하게 날이 서있는 내 마음 같이 반듯한 작은 네모를 품고 있는 간장종지그릇만하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이 휘몰아치는 날엔 그걸 다 담아낼 수 있는 빗살무늬의 냉면그릇처럼 작가가 품은 마음의 형태대로 크기대로
산책 도중 유독 붉었던 달이 하늘을 삼켰던 개기월식을 운 좋게 보았던 그날은 사실 한없이 침참하는 기분을 느꼈던 날이기도 했다. 의도치 않게 사건에 휘말려 현재 곤경에 처해계시는, 4년 동안 가까이서 모셨던 보스에게 오래간만에 안부를 묻고 내 상황을 알리는 편지를 썼다. 많이 걱정되고 여러 복잡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듯 밀려왔다.
‘거봐 네가 거기 갑자기 간다 했을 때부터 그 집구석 그럴 줄 알았어, 그냥 싹 잊어버려.’ 나를 생각한답시고 하는 말들에 베어 서운하고 속상할 마음이 생길 때가 종종 있다. 근데 그걸 알아차릴 때마다 그런 너저분한 마음들을 한 두점씩 거두고 나는 책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이 비스무리한 상황들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지 찬찬히 들여다본다.
또한 그런 시간들을 통해 거울 속에 비친 나와 직면하는 기회를 삼기도 한다. 나 또한 나에 대해, 혹은 남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로 백안시로 흘겨보고 있는 건 아닌지. 롭 무어의 <레버리지>에선 당신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두 종류라고 했다. 하나는 시도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과 또 하나는 당신이 성공할까봐 두려운 사람
선택과 집중,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가르고 그걸 지렛대 삼아 점프하라. 나도 나를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있는데, 타인은 진짜 어쩌지 못하는 거 아닌가. 그러기에 쓸데없는 소모적인 것에는 귓등으로 가볍게 흘려버리고 비운다. 조금만 어긋나도 그럴 줄 알았다고 점쟁이 자세를 취한다면, 결국 당면한 내 작은 세상 하나도 바꾸지 못하지 않겠는가 하는 신념 하나로
고요하고 묵묵히 내 감정을 책임지고 나아갈 때 옳다고 차라리 무관심이 나은 불편한 시선들 앞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발을 더 디뎌야 할 때, 단단히 우리를 붙들어줄 버팀목, 바로 책이 있다. 계절에 맞춰 잔잔한 생활의 발견을 차곡차곡 담아낸 김의경의 <생활이라는 계절>을 보면, 저자의 경우 콜센터에서 일하던 중 신춘문예 당선 통보를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정말이지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게 있을까. 크게 기대할 것도 기댈 것도 없는 그럭저럭의 삶에서도 이처럼 행복한 장면은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깜짝 등장하니, 우리 잘 다독여가며 일상이라는 그릇에 하나씩 하나씩 채워보자. 땅 속 끝까지 기어들어가고픈 기분을 느낄 때는 남들이 어떻게 이 험한 세상 기어이 살아내고 있는지, 부디 당신 그릇에 갇혀서 허둥대지 말고, 오직 책으로 오늘도 내일도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