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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아래 머문 가을

by 봉수니

가을이 미처 거두지 못한 낙엽이 색이 바랜 채 소복이 쌓인 눈 아래 숨어 있다.

제 계절을 따라가지 못한 채, 가을 끝자락에서 바싹 마른 몸을 남겼다가

차가운 눈 속에서 젖어버려, 이제는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손끝으로 살며시 눈을 걷어내자,

숨죽인 낙엽이 잔잔한 떨림으로 드러난다.

한때는 바람에 몸을 실어 춤추던 잎이었건만,

이제는 계절을 잃고, 온기도 잃어버린 채

차가운 흰빛 속에서 조용히 스러지고 있다.

눈 아래 묻혀 있던 낙엽은

마치 잊힌 것처럼, 초라하게 젖어 있었다.

한때는 가을을 품고 빛나던 존재였는데,

이제는 그 빛이 바래고,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눈더미 속에서 마지막 남은 낙엽을 조용히 가져간다.

그리고 그 자리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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