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자다가 당한 봉변

자다가 당한 봉변

by 할매

2012년부터 매년 한차례씩 7번이나 하다보니 요령이 생겼는지 약아졌는지 그래도 잘 버티며 다녔다.

하지만 몸뚱이는 버거웠는지 집에 돌아오면 둘 다 감기 몸살에 걸려버렸었다. 년식(환갑 전후)이 오래 되다보니 그랬던 모양.

그렇다면 무전여행은 무엇이 힘든가~


뙤약볕 아래 무거운 배낭 메고 땀 흘리며 먼 길 걸어다녀야지, 오염된 매연 가스 마셔야지, 히치 하이킹하여 차 잡히면 달려가야지, 연주하여 돈 벌어야지, 씻을 곳 찾아야지, 노숙해야지, 등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가장 힘든 건 역시 잠자리 찾기다. 고된 여정 마치고 편히 잠들어야 다음날 덜 고달프니까.


첫해엔 좌충우돌 겁 없이 싸돌아 다녔다. 그때는 요령도 없어서 무거운 텐트며 침낭이며 깔개까지 걸머지고 다녔다. 경험 부족으로 아무데나 해딩했다. 자다가 물벼락 맞기도 했고, 비 오는 날 자고 일어나 보니 공동묘지 앞이기도 했다. 대책 없이 비에 잠겨 자기도 했다, 검찰 청사 건너편 절개지 노변 밑에서 자다가 비에 쫒기기도 했다. 변소간 앞에서도 몇 번 잤다. 기찻길 옆에서 밤을 밝히기도 했으며 우범 지역인 줄 모르고 자다가 쫄아본 적도 있었다. 지기(地氣)가 험해 악몽을 꾸며 자기도 했다. 그래서 무엇보다 잠자리 찾기가 무전여행 중 가장 힘들다. (그때 행장으로 다니라 하면 이젠 죽어도 못 다닌다. 여행 자체를 못한다. 늙어서)


2016년 여행에서는 하마터면 야밤에 봉변을 당할 뻔 하기도 했다. 좋게 여인숙이나 찾아 들어가 잤으면 좋았을텐데 괜시리 누가 재워준다길래 쫄래쫄래 따라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2016년 6월 11일 토요일. 군산 진포 해양 테마 공원에서 어떤 분이 재워 준다기에 따라 나섰다. 그분은 오토바이 타고 앞서 가고 우린 뒤따라 갔다. 테마공원에서 걷기 시작하여 해변도로가 끝나는 지점까지 걸었으니 꽤 걸은 셈. 조금만 걸어가면 된다 해서 따라 갔더니 사오십분은 족히 걸렸다. 그래도 새로 생긴 원룸형 소형 아파트 단지에서 저녁밥까지 맛나게 얻어 먹었다. 그런데 자다가 그런 봉변을 당할 줄이야~ 아파트는 우릴 재워 주겠다던 분의 소유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에게 그냥 빌려주고 있노라 했다. 마침 입주자가 어디 갔노라고.


샤워에 빨래까지 해 널고 잘 잤는데 새벽녘에 수상한 남자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려고 기를 썼다. 나는 나대로 못 들어오게 하려고 나뭇가지로 문을 막기도 하며 기를 썼다. 그러다 퍼뜩 잠이 깼다. 깨는 순간, 되게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못 들어오게 하려는 나나, 기를 쓰고 들어오려는 남자나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팍 들었다.


응접실에서 잤으니까 아파트 현관문이 바로 보여서 닫혀있음을 확인한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헌데, 채 5분도 안돼 누군가가 아파트 문을 끌렀다. 문이 빼꼼히 열렸다. 자던 우린 혼비백산 놀라서 불을 켜고 봤더니, 어떤 남자가 들어오려고 계속 아파트 문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다행히 안에서 걸고리를 걸어놓고 잤던지라 완전히 안 열렸다. 영문을 모르는 우린 새벽 1시가 넘었는데 집주인에게 전화해야 했다.

어쩌고 저쩌고~ 저쩌고 어쩌고~


결국, 우린 자다가 짐 챙겨 어둠 속으로 걸어나와야 했다. 어디 갔다던 양반이 왔으니 어쩔 것이여~

꿈 그대로 지저분한 남자가 나타나더니 들어오자마자 무엇이 없어졌느니 마느니 하며 헤집고 다니는데 어쩔 것이여~ 덜 지저분한 우리가 나와야지~ 나 원 참~


그래 결국 밤길을 걸어 걸어 군산 내항까지 갔다. 그리곤 불이 훤히 켜지고 CCTV까지 설치돼 있던 어느 초등학교 앞 조그만 주차장에서 텐트 치고 다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렇듯 무전여행에서 가장 힘든 점은 안전한 잠자리 찾기다. 초행길이어서 그 지역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기도 하다.


고통 없이 얻어지는 건 이 세상 천지 아무것도 없다. 고진감래(苦盡甘來-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뜻)다.

고행 속에서 얻어지는 게 참 많았다. 무엇보다 진정한 하심(下心)을 배운 게 큰 소득인 거 같다.


(무전여행 연재글 마지막 편, 30화. 힘 든 여정 중의 웃음. 딱 한편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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