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든 여정 중의 웃음
(위 사진은 Chat GPT 작품입니다)
무전여행으로 인해 우린 '히치하이킹 지존' 이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어쩜 그리 쉽게도 잘 얻어타고 다니냐면서~ 5톤 트럭 화물차를 비롯하여 3.5톤 화물차, 1톤 트럭, BMW 750, 그랜저 등 각종 고급 승용차, 서민형 경차 모닝 등, 심지어 경찰차 까지 얻어 타 봤다.
길 건너편에 정차하고 손짓으로 우릴 불러 태워주기도 했고 U턴하여 태워주기도 했다. 후진하여 태워주기도 했으며 일 보러 갔다가 되돌아와 태워주기도 했다.
대부분 안 태워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랬노라 했다. 내가 일본여자 같아 태웠노라고도 했다.
구렛나루 수염 성성한 남자와 쬐꼬만 여자가 '무전여행' 이란 종이 손팻말을 들고 서있었으니 그럴만도 했을 것이다. 우릴 태워주신 분들은 하나 같이 무전여행을 해 보았거나 가족 중 누군가가 그런 경험이 있다고들 했다. 의외로 그런 분들이 많았다.
무전여행이 힘들다는 건 경험해 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그만큼 고행길이다. 매번의 여행 때마다 한두번씩 그럼 경험이 있는 분들의 차를 얻어 탔었다.
기사분들은 우릴 태우고 출발하는 순간, 많은 질문을 했다. 제일 많았던 질문, "힘들지 않으세요?" 였다.
그러면서 대부분 대학교 때나 학교 가기 전, 젊었을 때 한번 해 봤노라 했다. 한번은 교육가는 길이라던 분의 차를 얻어 탔다. 마침 여유 시간이 있어 태웠노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대학교 때 전국의 친구 8명이 강원도로 무전여행을 갔단다. 머스마들 8놈이 몰려다니니 누가 좋아라 했겠어~ 고생답게 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2인 1조가 되어 찢어졌단다. 헌데 웬걸~ 두명인데도 차를 안 태워주더라 했다.
당연하다. 길거리를 배회하는 도독놈들인지 어케 알고 태워줘? (여자 둘은 꽃뱀족일까봐 못 태운다고도 했다) 고생 엄청 했노라던 30대 초반의 젊은이. 이젠 무전여행은 꿈도 못 꾼단다. 하는 일도 있고 해서.
그런 경험담 들으면 나는 그냥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내가 신나게 웃어제낄 때는 바로 이런 때다.
2016년 6월 15일, 여행 11일째였다. 나름 호텔 비스꼬롬한 서산의 여인숙에서 아침밥까지 해 먹고 출발했다. 비가 왔다. 비쯤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된 지 오랜 우리 부부. 붉은 우의 걸치고 씩씩하게 출발했다. 비 오는 날은 어지간하면 대중 교통으로 이동하는데 문제는 서산에서 화성으로 가는 버스 노선이 없었다. 우회하여 가기도 애매하고~
여러모로 T맵을 검색하던 산적. 난감해했다. 남은 방법 한가지, 일단 서산 I.C까지 이동한 다음,
행담도 휴게소까지 진출하는 거였다. 거기서 화성 가는 차 얻어 탈 속셈으로. 행담도에서 화성 매향리는 지척이어서. (화성 매향리도 역사적 아픔이 있던 곳이다).
일단 어떤 승용차를 얻어타고 서산 I.C 입구까지 이동했다. 그 시각 다행히 비가 그쳤다.
서산 I.C에서 1시간 가량 히치하다 차를 얻어탔는데, 출근길이라 행담도까지 갈 필요가 없는 분이었다.
그런데도 우릴 위해 행담도 휴게소까지 기꺼이 우회해주셨다. 얼마나 고마운지~
헌데 문제는 그곳을 빠져 나올 때 역시 어려웠다. 히치하이킹 사각지대였다. 그래 주차장 끄트머리 주유소 앞에서, '무전여행 서평택 I.C' 라 쓴 휴대용 미니 종이 간판을 들고 서 있는데 1.5톤 트럭이 멈추더니 우릴 태워 주었다. 얼씨구나 하고 탔더니 서산 I.C에서 우릴 봤단다. 일 끝내고 되돌아가느라 그곳에 들렀노라며.
헌데 재밌는 건 그분 왈~ 요즘 여자들 대부분이 무전여행 가자면,
"너나 가!!" 한다며 한바탕 열을 올리셨다. 요즘 여자(약 10년 전 여자)들 성토 대회를~ 그러면서 나더러 대단하다고 했다. 히히히~ 나는 왜 칭찬 들으면 웃음이 나올까잉~ 히죽히죽~ 특유의 실성끼 도화선이 불붙기 시작하는데, 울 산적, 그분 얘기를 듣다가, "저흰 35년째 불륜이에요~" 라며 씨익 웃었다. 일순 그분의 말문이 탁 막히더니,
"요즘 사람들은 옛날과는 달리 불륜도 공개적으로 드러내놓고 해~" 하시며 즐거워하셨다.
우리 또래 같은 분이셨는데. 아하하하~
그러니 내가 실성끼 깃 든 웃음 웃지 않고 배기겠냐고 히히히~
이 글을 끝으로 무전여행기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2012년도 한정 이야기지만요~ ㅎㅎ
여러 일화들이 많지만 그만 하겠습니다. 다음 연재글 2는 '삶과 죽음 사이' 입니다. 제목별로 다른 글입니다.
무전여행기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참으로 고맙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댓글 달아주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그 글들에 힘을 얻어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엎드려 큰 절 올립니다.
할매.